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와 해상운임 상승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비 부담이 커졌지만 상당수 기업이 비용 증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영향이다.
한국무역협회가 26일 발표한 ‘상반기 유가 변동에 따른 수출 물류 애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출 제조기업 219개사 가운데 83.1%가 상반기 최대 물류 애로사항으로 운임 상승을 꼽았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주요 해상 운송로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국제유가까지 상승한 결과다. 해상운임의 대표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중동 전쟁 이전과 비교해 2.3배로 뛰었다.
운임 상승분은 대부분 수출기업이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 기업의 78.1%는 물류비 증가분 가운데 제품 가격에 반영한 비율이 20% 미만이라고 답했다. 비용 증가분을 판매가격에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기업도 32.9%에 달했다.
반면 물류비 증가분의 80% 이상을 제품 가격에 반영했다는 응답은 5.5%에 그쳤다. 해외 거래처와 이미 계약한 판매가격을 변경하기 어렵고, 가격을 올리면 경쟁국 제품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류비 상승은 수출기업의 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응답 기업의 85.9%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이 3∼5%포인트 떨어졌다는 응답이 39.3%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중소 제조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4.6%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이 물류비 상승으로 상쇄된 셈이다. 제품 가격 전가력이 낮고 물류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일수록 충격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협회는 국제유가와 해상운임의 변동성이 지속되면서 수출기업의 비용 부담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석유화학과 식품·농수산물 등 운송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업종의 수익성 저하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재완 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누적된 유가 부담과 운임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관계부처와 협력해 중소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을 완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