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한국 경제가 1분기 고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중동 정세 불안 등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0.6% 성장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반도체 업황 호조가 수출을 견인한 데다,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 등 내수도 동반 개선되면서 연간 3%대 성장률 달성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한국은행의 연간 성장률 전망 상향조정은 물론 향후 추가 기준금리 인상 행보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은이 23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 전기 대비 0.6%를 증가했다. 직전 분기인 1분기 성장률이 1.8%로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장세다. 통상 직전 분기 성장률이 크게 높아지면 이듬해 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기저효과가 나타나지만, 이번에는 한은의 당초 전망치(0.2%)를 대폭 상회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역시 1분기 3.8%에 이어 2분기에도 3.7%를 나타내며 강한 상승세를 지속했다.
체감 소득 지표인 실질 국민총소득(GDI)은 전년 동기 대비 15.6% 급증하며 GDP 성장률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1988년 1분기 이후 38년 만에 기록한 최고 상승 폭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원유 등 수입품 가격이 올랐음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단가가 더 크게 상승하면서 교역 조건이 대폭 개선된 결과다. 한은은 “GDI 증가세가 지속되면 기업의 투자 여력과 가계의 구매력이 확충돼 향후 내수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지표는 한은 통화정책방향의 향방을 가늠할 결정적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통화정책의 추가 인상 여부와 속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 2분기 GDP 및 실질 GDI의 지속성이 핵심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 총재가 제시한 ‘성장의 지속성’과 ‘GDI 개선’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압도적인 수치로 증명되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명분은 강화됐다. 경기 침체 우려 없이 물가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추가 통화 긴축에 나설 수 있는 확실한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상반기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연간 성장률 3%대 진입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은은 “산술적으로 하반기(3~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평균 -0.1%만 기록하더라도 연간 3%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간 3%대 성장이 현실화될 경우 이는 2021년(4.7%) 이후 5년 만의 기록이다. 다만 중동 전쟁 합의 이행 지연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하방 요인으로 지적됐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