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모델 학습 데이터 저작물 이용에 대한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I 모델이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일일이 저작물 여부를 판별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1일 AI 모델 학습 시 데이터 저작물 이용에 따른 규제를 합리화해달라고 국무조정실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 및 산업통상부에 건의했다.
현행 저작권법상 일반적 공정이용 규정은 존재하나 AI 학습 관련 판례가 부족하고 인정 범위에 관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공정이용은 저작물의 일반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경우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공정이용의 실제 해석에 있어선 이미 저작권법에 열거된 저작권 예외조항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기업들은 하소연한다. 이는 AI 모델 학습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및 투자도 위축시킨다. 저작권 침해 시 5년 이하 징역 등 형사처벌 리스크도 상존한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도 현행 규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한경협은 지난 5월 정부에 제출한 ‘2026 규제개선 종합과제 건의서’에서 “공정이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공정이용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뿐더러, 공정이용 시 출처를 명시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적 공정이용 규정과 구별되는 ‘데이터마이닝’(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된 정보분석)에 대한 저작재산권 제한 기준을 명확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경협은 “저작권법상 정보분석을 위한 복제·전송 등 저작물 이용 및 저작권 침해에 대한 면책조항을 신설해달라”고 건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의 유연성을 높인 일본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2018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영리 목적 여부와 관계없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포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유연한 권리제한 규정’을 도입했다. 저작물 이용을 통해 지적·정서적 욕구가 충족되는 이익을 얻는 행위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허락없이도 저작물 이용을 허용한 것이다.
산업계는 로봇 분야에서 원본데이터 활용을 금지하는 규제도 완화해달라고 건의했다. 고품질 데이터 학습이 제한되면서 로봇 AI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AI 기술개발 시 원본데이터 활용을 허용한 것과는 달리 로봇 분야에선 아직 허용되지 않은 상태다. 로봇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봇 AI 기술개발이 신속히 진행되려면 사람의 미세한 표정, 음성 등 고품질 데이터 학습이 필수적”이라면서 “하지만 현 제도는 모자이크 영상과 변조된 음성만 활용 가능해 AI 정밀도 제고에 한계가 있고 이로 인해 연구개발도 지연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호위원회는 자율주행차 및 로봇이 수집하는 방대한 데이터가 산업 발전의 핵심 자산인 동시에 개인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투명하고 책임 있는 데이터 활용 체계를 구축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