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 미국 뉴욕의 대표 관광 명소인 브루클린 브릿지 상공에는 수백대의 드론이 떠올랐다. 드론들은 군무를 이루며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새 앨범 ‘아리랑(ARIRANG)’의 앨범 로고와 ‘NEW YORK, WHAT IS YOUR LOVE SONG?(뉴욕, 당신의 러브송은 무엇입니까?)’, ‘ARIRANG(아리랑)’, 멤버 7인을 상징하는 숫자 ‘7’, 팀명 ‘BTS’ 등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BTS의 컴백을 기념해 약 15분간 펼쳐진 이 드론쇼는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다. 아미(BTS의 팬덤명)들은 드론쇼 영상과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아름답다”, “황홀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BTS 컴백 기념행사에 투입된 드론은 모두 국내 기업이 제작한 K-드론이었다. 바로 드론 전문기업 유비파이(UVIFY)가 이 드론쇼를 진행했다. 유비파이는 자율비행 및 군집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 중인 드론 전문기업이다. 드론 라이트쇼가 이제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첨단 자율비행 기술과 군집 제어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융복합 콘텐츠로 떠오른 가운데 유바파이는 자체 기체와 소프트웨어, 관제 플랫폼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레이싱용 드론에서 군집 드론으로
유비파이는 서울대 항공우주공학 박사 출신인 임현 대표가 2014년 설립했다. 임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각종 로봇 대회와 글로벌 경진대회 등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로봇 덕후’였다. 하지만 땅만 기어 다니며 장애물을 넘지 못하는 로봇의 공간적 한계를 체감하고 하늘을 나는 비행체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이후 비행체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항공우주공학 박사 과정에 진학했다. 임 대표는 대학원 시절 드론을 직접 제작하며 드론 산업에 뛰어들 준비를 했다. 그는 “마침 스마트폰과 게임 산업의 활성화로 수천만원에 달하던 자이로(관성항법장치) 센서 가격이 5달러 미만으로 급락하면서 졸업할 즈음에는 100만~200만원 정도로 드론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돌아봤다.
유비파이는 창업 초기 레이싱용 1인칭 시점(FPV) 드론 양산에 집중했다. 당시 세계 최초로 양산형 FPV 드론과 초소형 드론 등을 출시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연이어 혁신상을 받으며 기술력을 빠르게 입증했다. 임 대표 등 유비파이 임직원들은 밤새 기체를 테스트하며 열정을 쏟았다. 그러나 마니아층에 국한된 시장 규모와 파편화한 요구사항, 높은 반품률 등으로 비즈니스 확장의 한계를 체감했다.
그러던 중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인텔이 선보인 대규모 드론쇼를 계기로 엔터테인먼트 전용 군집 드론 솔루션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사업 전환의 배경에는 시장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면 축제가 줄고 비대면과 온라인 중계형 행사가 늘어나면서 지자체와 기업을 중심으로 드론 라이트쇼 수요가 확대됐다. 유비파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체 기체와 군집 제어 기술을 고도화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독자 기술 적용한 ‘IFO’... 대형 드론쇼 잇따라 수주
현재 유비파이의 주요 수익원은 자체 개발 드론 기체 판매와 드론 라이트쇼 운영이다. 주력 모델인 드론쇼 전용 기체 ‘IFO’는 미확인비행물체(UFO)의 반대 개념인 ‘식별 가능한 비행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초속 12m의 바람을 견디는 내풍성과 20분 이상의 체공 능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비행 전 사전 시뮬레이션, 다중 안전 제어 시스템, 군집 알고리즘 등 제어 소프트웨어와 관제 플랫폼을 자체 개발해 운영 안정성을 높였다.
유비파이는 중국 업체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중국 경쟁사들과 확실하게 차별화하는 유비파이만의 경쟁력은 ‘디자인 구현력’이다. 대규모 군집 비행을 넘어 사람의 얼굴이나 화면 같은 섬세한 표현을 정교하게 연출하기 위해 사진 이미지만 입력해도 드론의 비행 위치와 색깔을 자동으로 변환해 주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운용 중이다.
유비파이는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대형 드론쇼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연계 공연을 비롯해 ‘서울 한강 불빛 공연’ 3년 연속 수주, 부산 ‘광안리 M 드론라이트쇼’ 상설 운영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잇달아 맡았다. 이런 융복합 문화콘텐츠 창작 역량을 국가로부터 공식 인정받아 최근 드론 업계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기업부설창작연구소’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글로벌 K-팝 아티스트와의 협업 사례도 눈에 띈다. 유비파이는 글로벌 최정상 K-팝 아티스트들의 컴백을 기념해 진행된 미국 뉴욕과 서울 뚝섬 드론쇼를 비롯해 지드래곤, 블랙핑크 등 글로벌 아티스트 관련 공연에도 참여하며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에서는 1만대 규모 군집 비행을 통해 단일 비행 기준 4개 부문 기네스 세계기록을 동시에 달성하기도 했다. 거대한 밤하늘을 디스플레이로 탈바꿈시켜 명화, 초대형 QR코드, 기업 로고 등을 오차 없이 선명하게 구현해 낸 성과다. 매일 5000대에서 시작해 1만 대까지 점진적으로 운용 규모를 늘려가는 고난도 일정 속에서도 무결점 군집 비행을 완성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유 대표는 “유비파이의 가장 큰 강점은 기체 설계부터 비행 제어기, 수천 대의 군집 비행을 제어하고 쇼를 연출하는 디자인 소프트웨어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내재화한 점”이라며 “외부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사용하는 타사들과 달리, 유비파이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활용해 압도적인 창의력의 쇼를 연출한다”고 힘줘 말했다.
◆K-드론 우수성 세계에 알린다
유비파이는 드론 판매 매출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창출하고 있다. 국내에서 드론쇼를 이용하는 소비사들과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에는 단 한 대의 드론도 팔지 않고 100% 전량 수출하고 있다. 전 세계 50개국 이상의 협력사를 통해 수출을 전개하고 있고,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의 대형 운영사들에 수천 대 단위로 기체를 공급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부품 단위부터의 기술 자립도와 신뢰성을 널리 인정받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비파이는 지난해 2월 한국 드론 기업 최초로 ‘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도 인정받았다. 단순 하드웨어 납품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비행 제어 기술까지 완전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유비파이의 시스템이 글로벌 대형 무인 체계 운용사들 사이에서 확고한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오픈소스 생태계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세계 드론 오픈소스 비행제어 소프트웨어 ‘PX4’를 총괄하는 비영리 기구 드론코드 재단 이사회에 로버트 시크 유비파이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선출되면서 글로벌 드론 표준 생태계의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 이는 단순한 드론쇼 운영사를 넘어 글로벌 기술 생태계 안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미래 먹거리는 방산·글로벌 광고 비즈니스
유비파이는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유비파이의 주요 미래 먹거리는 새로운 방위산업 시장이다.
군용 드론의 전술적 가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뒤이은 미국-이란 전쟁을 계기로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가 전쟁에서 위력을 입증한 드론을 군 전력과 방위산업의 핵심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유비파이는 현재 핵심 하드웨어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국방 무인 체계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안보상의 이유로 군 납품 드론의 100% 국산화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유비파이는 핵심 하드웨어부터 자율비행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제조 역량을 완벽히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철저한 국산화 검증을 통과한 기술력과 대량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최근 군에 드론 305대를 납품하는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유비파이는 국내 방산 시장 안착을 넘어 수십조 원 규모로 팽창하고 있는 글로벌 국방 무인 체계 시장 공략을 정조준하고 있다.
유비파이의 또 다른 미래 성장 동력은 드론을 활용한 글로벌 광고 비즈니스다. 드론 수천대의 동시 제어 기술은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 전반에 폭넓게 적용되는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최근 드론을 이용한 광고시장도 활성화하는 추세다. 임 대표는 “세계 주요 거점 파트너사들에 유비파이의 드론을 미리 배치해 두고 한국 본사에서 원격으로 광고 디자인 파일만 전송하면 전 세계 하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드론쇼 광고가 재생되는 일상적인 매체 광고 플랫폼을 현실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