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의 오름세가 3%대로 확대되고,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압력까지 커지자 3년 6개월 만에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선회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신현송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2.5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코로나19 시기였던 2023년 1월(3.25%) 이후 3년 6개월 만의 첫 인상이다. 이번 결정은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 합의로 통과됐다.
금통위는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낮춘 뒤 올해 5월까지 8차례 연속 동결했다. 하지만 최근 물가 흐름이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고, 환율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회의에서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공식품을 비롯한 생활물가 전반의 오름세가 누적되면서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0%를 장기간 상회해 왔다.
신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성장세가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통위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성장이 완만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중동 리스크 장기화로 인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는 다소 완만해진 상태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환 시점과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한층 커졌다.
국내 경제 역시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IT 경기 호조에 따른 수출 증가세가 내수로 파급되는 과정에서 그간 잠재해 있던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통위는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 기대감과 소득 여건 개선 등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고 가계대출 증가세도 지속되고 있다”며 금융안정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며 긴축 기조를 장기화할 뜻을 시사했다. 금통위는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다음주 발표 예정인 2분기 국내총생산(GDP), 국민총소득(GDI)와 다음달 공개되는 7월 소비자물가 지표 등에 따라 연내 추가 인상 시점을 저울질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금통위는 금융중개지원대출금리를 연 1.00%에서 연 1.25%로 인상해 이날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