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서 전세 거주 중인 직장인 김 씨(34)는 최근 내집 마련 계획을 접었다. 김씨 부부가 알아본 전용면적 59㎡ 아파트의 호가는 8억2000만원이었다. 부부가 모은 2억4000만원과 대출 가능액 3억8000만원을 합쳐도 2억원이 부족했다. 대출을 최대한 받으면 월 원리금 상환액도 180만원을 웃돌았다. 김씨는 “집값은 오르는데 대출 문턱은 더 높아졌다”며 “현금이 없는 무주택자는 시장에서 밀려나는 구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동작구에서 12년째 실거주 중인 직장인 이 씨(49)는 자녀 교육 문제로 갈아타기를 검토하다 매물을 거둬들였다. 보유 아파트의 예상 매매가는 13억원, 옮기려는 아파트는 17억원대였다. 취득세와 중개보수, 추가 대출 이자까지 더하면 부담이 컸다. 이 씨는 “투자 목적의 다주택자가 아닌데도 집 한 채를 옮기는 과정이 이렇게 복잡하다”며 “세제가 또 바뀐다는 얘기가 나오니 결정을 미룰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 씨처럼 청년층의 불만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성인 1005명을 조사한 결과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46%로 긍정 평가 26%를 20%포인트 웃돌았다. 20대 부정 평가는 51%, 30대는 56%였다. 부정 평가 이유는 집값 상승 억제 실패 21%, 대출 한도 제한 10%, 과도한 규제 8% 순이었다.
향후 1년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은 전체 55%였지만 20대는 68%, 30대는 69%였다. 가격 상승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자 무주택 청년층의 박탈감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흐름도 불안을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30% 올랐다. 전셋값도 0.31% 상승했다. 매매와 임대차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무주택자의 선택지는 줄었다.
정부가 대출 관리에 나선 배경도 분명하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지난해 1.7%보다 낮은 1.5%로 제시했다. 올해 6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한 달 새 8조3000억원 늘었다. 집값과 가계부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규제 완화가 쉽지 않다.
4050세대의 불만은 두 번째 사례의 주인공인 이 씨처럼 다른 지점에서 나온다. 갤럽의 이달 첫째 주 조사에서 본인이나 배우자 명의 주택을 보유했다는 응답은 20대 8%, 30대 42%였지만 40대는 59%, 50대는 74%로 4050은 절반 이상이 유주택자였다. 같은 정책이 2030에는 시장 진입 문제로, 4050에는 보유와 이동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배경이다.
정부는 부동산 세제 개편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주요 쟁점은 실거주 1주택과 비거주·다주택의 종합부동산세 차등, 초고가주택 과세 강화,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개편, 서민·중산층 가격대 취득세 인하다.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양도세를 낮춰 매물을 유도할지도 검토 대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청년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일률적으로 풀면 집값을 자극할 수 있지만, 현행 규제를 유지하면 자산이 적은 청년층이 먼저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거주자와 투기 수요를 정교하게 구분하고 보유세와 거래세를 함께 조정해야 2030의 시장 진입과 4050의 갈아타기를 동시에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