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금융, 디지털자산 품다] 법인 빗장 풀고 거래소 품고…‘디지털 통합 금융’ 판 커진다

- 하나금융, 두나무와 파트너십…한투, 코인원 지분 확보 등
- 금융사, 플랫폼 공유·인프라 확장…정부 금가분리 해제 추진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5월 하나은행을 통해 국내 최대 가상자산 인프라를 보유한 ‘두나무’에 대한 1조원 규모 지분을 취득하고,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연계한 미래혁신모델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에서 개최된 협약식에 참석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오른쪽)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함께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5월 하나은행을 통해 국내 최대 가상자산 인프라를 보유한 ‘두나무’에 대한 1조원 규모 지분을 취득하고,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연계한 미래혁신모델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에서 개최된 협약식에 참석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오른쪽)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함께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시장을 가로막던 견고한 빗장이 풀리고 있다. 단순한 기술 제휴나 업무 협약 수준의 소극적 연계를 뛰어넘어 전통 금융사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직접 인수하거나 대형 플랫폼과 생태계를 온전히 공유하는 파격적인 결합이 잇따르고 있다. 전통 금융이 가진 거대한 자본력과 신뢰도, 그리고 가상자산 시장이 보유한 압도적인 유동성과 기술력이 하나로 융합하는 ‘디지털 통합 금융’ 시대로의 대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 하나금융그룹과 두나무(업비트)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그리고 미래에셋그룹과 한국투자증권의 각각 코빗, 코인원의 지분 확보 사례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리테일과 자산관리, 기업금융 및 수탁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인프라를 축적해 온 전통 금융지주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질적인 유저 기반과 디지털 플랫폼 역량을 접목하면서, 기존의 자산 관리 및 자금 중개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편해 나가고 있다. 

 

지난 27일 한국투자증권과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이 앱 연계 국내주식 거래 서비스를 오픈했다. 한국투자증권·코인원 제공
지난 27일 한국투자증권과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이 앱 연계 국내주식 거래 서비스를 오픈했다. 한국투자증권·코인원 제공

 

이에 발맞춰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 역시 일제히 블록체인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기존 팀을 본부급으로 격상시켜 신사업 타당성 검토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카카오그룹과 서클(Circle)의 협력을 필두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 및 온체인 결제 인프라 확장 움직임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현장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 패러다임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연내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추진을 본격화하면서 지난 9년 동안 시장의 발목을 잡았던 규제들이 풀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제도 개선에서 가장 핵심적인 대목은 금융사의 가상자산 관련 지분 소유를 엄격히 금지해 온 ‘금가분리’ 규제의 전면적인 해제 논의와 법인계좌 개방 검토다. 앞서 2017년 가상자산 과열 경보 이후 약 9년 동안 유지해온 금가분리 원칙이 철회되고 가상자산 법인시장의 문이 열리면, 그동안 제도권 밖에 머물러야 했던 법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본격 유입될 수 있는 대형 물꼬가 터지게 된다.

 

금가분리 해제와 법인시장 개방이 현실화될 경우 전통 금융기관은 단순한 실명계좌 발급이나 자금 입출금 중개자 역할에 머물던 과거의 한계에서 벗어나게 된다. 법인 및 기관 고객을 위한 디지털자산 전용 수탁 서비스는 물론, 가상자산 담보 대출 및 금융 상품화, 디지털 자산 기반 파생상품 발행,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경 없는 결제망 구축 등 고도화된 융복합 금융 혁신을 직접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막혀 있던 제도적 걸림돌이 제거됨에 따라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경계는 무너지고 사업 구조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금가분리 완화와 법인 개방이 통합 자산관리 등 신시장을 열겠지만, 인프라 중심의 단계적 접근과 독립 수탁 서비스(커스터디)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데이터 독점을 경계하고 동일위험·동일규제 원칙으로 글로벌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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