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묘 보호소 일일봉사 가보니… “냥덕에겐 천국이죠”

동물보호단체 길냥이와 동고동락의 유기묘 보호소를 찾은 일일 봉사자 사샤가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주며 교감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동물보호단체 길냥이와 동고동락의 유기묘 보호소를 찾은 일일 봉사자 사샤가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주며 교감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청소를 하고 있는데 어느 샌가 고양이가 다가와서 몸을 기대더라구요. 너무 신기하고 귀여웠어요.”

 

지난 14일 저녁, 장맛비를 뚫고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 주택으로 모인 사람들이 있다. 동물보호단체 ‘길냥이와 동고동락’의 유기묘 보호소인 이곳에 봉사활동을 하러 온 이들이다. 이날이 첫 방문이라는 영이(가명) 씨는 약 2시간 반 동안 활동을 마친 뒤 “고양이를 키우지는 않지만 너무 좋아해서 왔다.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차다. 또 고양이들과 교감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며 웃었다.

 

길냥이와 동고동락은 2018년 봉사자들이 모여서 탄생한 단체로, 2022년 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안락사를 앞둔 공립 유기동물 보호소의 유기묘, 애니멀호더로부터 구조한 고양이, 부상 등으로 혼자서 살아가기 어려운 길고양이 등을 데려와서 보호하며 가정 입양도 보낸다. 기존 4개 빌라에서 구조묘들을 돌보다 지난해 2월 이사 온 이곳에서 동고동락 중이다.

 

약 60평 규모의 이 공간에서 119마리 고양이가 생활 중이다. 부엌을 겸한 거실과 6개 방이 고양이 친화적으로 꾸며져 있었다. 특정 질병이 있거나 사회화가 부족한 고양이들은 각각 분리된 방과 케이지에서 지낸다. 병세가 깊거나 나이가 많아서 세심하고 개별적인 관리가 필요한 고양이들은 정기 보호자들의 가정에서 따로 케어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곳 보호소의 고양이들은 1~10살의 비교적 건강한 친구들이다.

 

길냥이와 동고동락 보호소의 고양이들. 박재림 기자
길냥이와 동고동락 보호소의 고양이들. 박재림 기자

 

이곳 고양이들의 약 80%는 관악구 유기동물 보호소 출신이다. 공고기간 동안 입양이 되지 않아 안락사가 예정됐다가 이곳으로 오면서 목숨을 부지한 셈. 개중에는 고령의 보호자 부부가 동시에 암 투병을 하면서 더 이상 반려묘를 돌볼 수 없게 돼 구 보호소로 옮겨진 안타까운 케이스도 있었다. 매달 평균 3마리가 구 보호소를 떠나 이곳으로 온다.

 

단체 소속의 정기 봉사자는 현재 약 15명으로, 일손 부족에 최근 온라인을 통해 일일 봉사자를 모집 중이다. 지난 5월부터 지역 생활 어플리케이션 당근, 지난달부터 인스타그램과 연계한 홈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일정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신청을 받는다. 이날 모인 봉사자 4명(기자 포함) 중 3명이 당근이나 인스타그램으로 봉사자 모집을 알게 된 경우였다.

 

정기 봉사자 2명까지 총 6명 봉사자가 저녁 8시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우선 약 50개의 대형 고양이 화장실에서 ‘감자(고양이 오줌)’와 ‘맛동산(고양이 똥)’을 캤다. 오전 봉사자들이 화장실 청소를 했지만 고양이가 워낙 많다 보니 한나절 만에 수북하게 쌓인 것이란다. 26도에 맞춘 에어컨이 돌아가 선선하고 쾌적한 실내임에도 금세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길냥이와 동고동락 일일 봉사자 영이 씨가 보호소 청소를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길냥이와 동고동락 일일 봉사자 영이 씨가 보호소 청소를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이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보호소를 쓸고, 걸레와 물티슈로 바닥과 캣타워, 테이블 등 가구를 닦았다. 약 30개 큰 물그릇에 물을 새로 교체한 다음에는 간식을 먹이고 장난감으로 놀아주며 고양이들과 교감했다. 정기 봉사자 김보연 씨는 “고양이들이 봉사자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사회화가 이뤄진다. 실제로 입소 초기에는 사람을 무서워하던 고양이가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오히려 손길을 기다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봉사자와 교감하면서 사회성을 키우면 입양 확률도 높아지고 입양 후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일일 봉사자 4명 중 3명이 첫 방문임에도 사교성이 좋은 고양이들 여럿이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곁으로 다가와 몸을 기댔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아직 그럴 환경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고양이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만 만족했다는 영이 씨는 무릎 위에 자리를 잡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처음 왔는데 고양이들의 애교에 홀린 것 같다”고 웃으며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인데 앞으로 오전 시간에도 봉사활동을 하러 종종 오겠다”고 약속했다.

 

일일 봉사활동에 동참한 영이씨가 고양이들과 교감하고 있다. 영이 씨는 “처음 봉사활동을 왔는데 고양이들의 애교에 홀릴 것 같다”며 웃었다. 정기 봉사자들은 이 모습을 보며 “원래 봉사자들이 고양이를 입양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건넸다. 박재림 기자
일일 봉사활동에 동참한 영이씨가 고양이들과 교감하고 있다. 영이 씨는 “처음 봉사활동을 왔는데 고양이들의 애교에 홀릴 것 같다”며 웃었다. 정기 봉사자들은 이 모습을 보며 “원래 봉사자들이 고양이를 입양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건넸다. 박재림 기자
길냥이와 동고동락 일일 봉사자 사샤가 고양이와 교감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길냥이와 동고동락 일일 봉사자 사샤가 고양이와 교감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러시아에서 온 유학생 사샤 알렉산드라는 “9개월 전부터 한국에서 지내는데 SNS를 하다가 고양이 보호소 봉사자 모집을 알게 됐다”며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고향 모스크바의 반려묘 ‘무샤’가 떠올랐다. 무샤와 같은 러시안블루 고양이도 있어 특히 반가웠다”고 말했다. 세종대 어학당에 다닌다는 그는 유창한 한국말로 무샤는 한국말로 ‘구슬’을 의미한다고 소개하며 반려묘의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퇴근 후 왔다는 직장인 미소(가명) 씨는 “당근으로 처음 알게 되어서 왔다가 오늘이 7번째”라며 “아직 반려묘를 키운 적은 없지만 언젠가 꼭 함께하고픈 꿈이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고양이의 습성, 돌보는 법 등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들도 쉽게 구별하면서 각자 이름을 자연스럽게 부른 그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은 천국이다. 말이 봉사활동이지 일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고양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좋으니까 계속 찾아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봉사자 미소 씨가 길냥이와 동고동락의 고양이 미소와 교감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봉사자 미소 씨가 길냥이와 동고동락의 고양이 미소와 교감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고양이 집사 및 고양이 애호가가 모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봉사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금세 밤 10시가 훌쩍 넘었다. 일일 봉사자들은 10시 반 이후에야 하나둘 아쉬움 속에 발길을 돌렸다. 정기 봉사자 양수정 씨는 “기본 봉사활동은 2시간이지만 더 오래 계시는 분들이 많다. 보호소가 문을 닫는 새벽 1시까지 계신 분도 있었다”도 말했다.

 

1년째 이곳에서 봉사활동 중이라는 수정 씨는 “지난해 10년간 함께한 반려묘 ‘마린’이 신부전으로 고양이별로 떠난 뒤 캣휠 등 반려용품을 기부하려고 왔다가 처음 인연을 맺었다”며 “마린이를 보내고 너무 힘들 때 이곳에서 고양이들을 돌보며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은 정기 봉사자 2명에 일일 봉사자 4명이라 비교적 활동이 수월했지만 예외적인 경우고, 일손이 부족한 날이 많다고 한다. 특히 평일 오전 시간대가 그렇다. 일일 봉사자 없이 정기 봉사자 1명이 혼자서 활동하는 경우도 고생하는 날도 있다.

 

수정 씨는 “고양이를 돌본 적 없는 사람이어도 일일 봉사활동은 충분히 가능하다 있다. 실제로 신청자의 70%가 반려묘를 키우지 않는 분”이라며 “매일 정기 봉사자가 최소 1명은 있기 때문에 배워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도 보호자의 동의만 받으면 된다. 최근에도 인천의 고등학생들이 방문해 봉사활동을 했다고.

 

봉사활동 신청 및 이곳 고양이들의 입양 정보 확인은 길냥이와 동고동락 홈페이지(https://catsrock2018.org)에서 가능하다.

 

길냥이와 동고동락 정기 봉사자 양수정 씨가 고양이들 앞에서 장난감 낚싯대를 흔들고 있다. 박재림 기자
길냥이와 동고동락 정기 봉사자 양수정 씨가 고양이들 앞에서 장난감 낚싯대를 흔들고 있다. 박재림 기자

 

사단법인 길냥이와 동고동락은…

 

길냥이와 동고동락의 시작은 그 이름처럼 길고양이와 묘연에서 시작됐다. 2015년 당시 김진경 대표의 중학생 딸이 위험에 놓인 길고양이를 구조해 반려묘로 들였다. 그 뒤로 길거리에서 고생하는 길고양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김 대표는 뜻 맞는 봉사자들과 힘을 모아 2018년 갈 곳 없는 고양이들을 돌보는 보호소를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길냥이와 동고동락은 펫푸드 기업 네츄럴코어와 조공, 착한기부상점에서 사료와 간식을 후원하고 알파(ALPA)가 매달 청소 및 물품 지원, 가수 2PM 출신 배우 이준호의 팬클럽 오아시스의 단체 봉사활동 등 후원과 지원을 받고 있다. 다만 고양이 화장실 모래 등 필수 반려용품은 대부분 봉사자들의 사비로 구매하는 것이 현실이다. 단체 관계자는 “적은 양의 물품 후원도 저희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길냥이와 동고동락 보호소의 고양이들. 박재림 기자
길냥이와 동고동락 보호소의 고양이들. 박재림 기자
길냥이와 동고동락 일일 봉사자가 고양이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박재림 기자
길냥이와 동고동락 일일 봉사자가 고양이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박재림 기자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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