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경제 성장률 하락에 따른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분은 6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기 평가에 따르면 한은 조사국은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으로 경제 심리가 위축해 올해 성장률이 약 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계엄 전인 지난해 11월 28일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9%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후 계엄 사태로 인해 1.6~1.7%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은은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소비 등 내수를 중심으로 약 0.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 또한 기존 전망치인 0.5%보다 낮은 0.2% 수준일 것으로 바라봤다.
올해 성장률을 1.9%로 가정한 실질 GDP는 2335조4370억원이다. 이보다 0.2%포인트 낮은 1.7%에서 실질 GDP는 2330조 853억원으로 4조5840억원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연간 실질 GDP는 4분기 성장률을 0.5%로 가정하면 2291조8910억원, 0.2%로 가정하면 2290조1740억원으로 1조7170억원 차이가 난다.
계엄 여파로 전망치 하향 조정을 고려한 GDP 감소분을 단순 계산하면 총 6조301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한 개에 약 130만원 하는 갤럭시 S24 출고가(512GB 기준)를 484만여대를 더 팔아야 메울 수 있는 규모다.
우리 경제에 실제로 가해지는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5년 국내외 트렌드’ 보고서에서 “최근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탄핵정국 등과 같은 정치 이벤트로 시장 기대가 약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리스크 등 대외 리스크가 가중되면서 1%대 성장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치 이벤트가 장기화하면 대내외 위험 관리 실패·대외 신인도 하락 등으로 1%대 성장이 고착할 가능성이 있다. 조속한 정치 정상화와 더불어 적극적인 경기 대응을 통해 대외 위험 관리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도 “지난달 예상치 못한 계엄 사태 이후 지속된 국내 정치적 충격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경제 심리가 크게 악화되고 내수가 위축되면서 4분기 성장률이 11월 전망을 상당 폭 하회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3분기에 개선됐던 소비가 4분기 회복세를 보였으나 다시 약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카드사용액은 12월 말부터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됐고 고가 비중이 높은 수입자동차 판매도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정치 불확실성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만약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완화된다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크기도 더 작아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