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황에 힘입어 한국의 거시 경기 지표가 전 세계 최정상권으로 치솟았지만, 청년층이 체감하는 고용 한파는 외환위기 수준으로 얼어붙으며 극단적인 ‘양극화’를 드러내고 있다. 거시경제 지표상으로는 유례없는 확장 국면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 유발 효과가 낮은 첨단 제조업 위주의 성장이 이어지며 20대 일자리가 급격히 무너져 내리는 ‘두 얼굴의 경제’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1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102.8(기준치 100)을 기록해 19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75개월(6년3개월) 만에 조사 대상 38개 회원국 중 1위를 탈환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과 메모리 단가 급등에 따른 반도체 월간 수출액이 전년 대비 40~50% 이상 급증하며 교역조건을 크게 끌어올린 덕분이다. 통계청이 산출하는 국내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103.1을 기록해 1998년 9월(103.5) 이후 25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찍으며 닷컴 버블 이후 가장 강력한 경기 상승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장밋빛 지표의 이면에는 청년 취업 시장의 처참한 붕괴가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20대(20~29세) 취업자는 월평균 327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만4000명 급감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335만4000명)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334만7000명) 당시보다도 적은 수준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20대 고용률은 전년 동기 대비 0.8%포인트 하락한 58.4%에 그쳤고, 청년층 인구 감소율(-2.8%)보다 취업자 감소율(-3.4%)이 더 가파르게 벌어졌다. 특히 ‘그냥 쉬었음’으로 분류된 20대 청년층은 전년 동기보다 3만5000명 이상 늘어난 43만8000명에 육박하며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지표 간 괴리는 한국 경제의 반도체 편중 구조에서 기인한다. 현재 경기 회복을 견인하는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당 약 2.1명 수준으로, 제조업 평균(6.2명)의 3분의 1, 서비스업 평균(11.4명)의 5분의 1에 불과한 대표적 자본집약 산업이다. 반면 20대 청년층 고용 흡수력이 높은 도소매·숙박음식업 등 대면 서비스업과 건설업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여파로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만명 넘게 줄어들며 신규 채용 문을 닫아걸었다. 여기에 대기업의 신입 공채 비율이 30% 아래로 떨어지고 경력직 수시 채용 비중이 70%를 넘어서면서 사회 진출을 앞둔 20대의 진입 장벽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내수 침체와 고용 절벽을 방치할 경우, 수출 엔진이 둔화되는 순간 경기 하방 압력이 급격히 커지는 것은 물론 청년층의 장기 실업이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