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홍해 연안의 에너지 시설까지 공격받으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 달러에 육박했다.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과 해상 운송 차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9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92 달러(0.95%) 오른 배럴당 97.92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99.46 달러까지 오르며 지난 7월 2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전 거래일보다 1.55 달러(1.69%) 상승한 배럴당 93.03 달러로 마감했다.
주말과 미국 노동절 연휴 기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부각되면서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주요 해상 운송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원유 운송비와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국제유가에 반영되고 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과 이란 간 해상 충돌에 이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 등이 역내 에너지 시설과 선박 등을 공격하면서 원유 공급망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동 지역의 해상 운송 차질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반영해 올해 말과 2027년 브렌트유 및 WTI 가격 전망치를 각각 배럴당 5 달러씩 올렸다. 특히 걸프 지역의 원유 생산량이 전쟁 이전보다 하루 평균 400만 배럴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0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역시 공급을 제한하는 무력 충돌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5~120 달러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에너지 인프라까지 광범위하게 훼손되는 상황으로 충돌이 확대될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 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국제유가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 정상화 여부와 중동 주요 산유국의 실제 생산 차질 규모,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 등을 꼽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 달러를 넘어설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지고 항공·운송·화학 등 에너지 비용에 민감한 산업의 수익성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