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부터 조건부로 의약품 배송이 가능해지면서 향후 전반적 확대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 24일 의료법 개정안(34조 5항 신설) 시행과 함께 섬·벽지 거주자와 거동 불편자, 희귀질환자 등에 한해 비대면 진료 후 처방된 의약품을 조제 약국 외 장소에서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약사법에 의해 약국·점포 밖에서의 의약품 판매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현재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의약품 배송이 가능하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OECD 38개국 중 의약품 배송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뿐으로, 미국·일본을 비롯한 주요국에서는 일정 범위에서 의약품의 배송(대리 수령 포함)을 허용한다.
우리나라는 약사법 50조 1항에서 의약품을 약국이나 점포 외에서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50년대 길거리에서 가짜 약을 파는 이른바 ‘장돌뱅이 가짜 약사’를 막는다는 목적에서 법제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에는 비대면 진료 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의약품 배송이 허용됐다. 그러나 2023년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으로 전환되면서 다시 의약품은 약국 방문 수령이 원칙이 됐다.
약사법 50조 1항은 헌법재판소에서도 여러 차례 위헌 여부를 다퉜다. 그러나 헌재는 국민 보건 향상이라는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며 일관되게 합헌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그럼에도 보건의료 취약 지역에 거주하거나 거동이 어려운 환자가 의약품을 구입할 때 겪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약품 배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비대면 진료에 따른 의약품 배송 확대를 논의하고자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약사 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범부처 민관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한약사회는 이미 협의체 불참 의사를 밝혔다. 약사회는 국민의 건강권 침해 등을 이유로 정부의 약 배송 대상 확대 방침에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에 시행되는 의약품 배송은 비대면 진료 후 처방 의약품에 한정된다”며 “대상 확대에 대한 논의도 진료 후 처방 의약품에 관한 것이어서 온라인으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등의 논의는 현재로선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알렸다.
비대면 진료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의약품 배송에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가 2024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 1506명을 조사한 결과 86.7%가 “비대면 진료와 함께 약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선재원 원산협회장은 “비대면 진료라는 서비스 자체가 완성되려면 환자들이 다시 약국을 방문하러 나가지 않아도 되도록 약이 배송돼야 한다”며 “비대면 진료 후 약 배송은 당연한 것으로 전제한 상태에서 그 후 나올 수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