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임대차…집주인은 월세 받고 세입자는 전세 산다

서울 시내의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의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전세와 월세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임대차 모델을 도입한다. 세입자는 전세로 살지만 집주인은 매달 월세와 비슷한 수익을 받는 ‘전월세 안심신탁’이다. 전세사기 이후 빠르게 월세로 기울고 있는 임대차 시장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정부는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 후속 조치로 전월세 안심신탁을 추진한다. 기존 전세계약과 가장 큰 차이는 보증금의 행선지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직접 건네는 대신 전월세 안정화기구 역할을 맡은 HUG에 맡긴다.

 

HUG는 임대인·임차인과 3자 계약을 맺고 전세금을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집주인에게 매달 지급한다. 집주인은 전세금을 직접 활용할 수 없는 대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얻는다. 세입자는 계약 종료 후 집주인의 자금 사정과 관계없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정부는 전세금 등을 활용해 주택공급활성화펀드를 조성하고 HUG 보증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에 투자해 연 4%대 수익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종 약정수익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부 시뮬레이션에서는 연 4.35%를 가정했다. 전세금이 2억원이라면 집주인이 받는 수익은 월 약 73만원이다.

 

세입자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매매가격 3억원, 전세보증금 2억원인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을 사례로 제시했다. 기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4만원인 주택을 안심신탁 전세로 전환하고, 세입자가 전세금의 80%인 1억6000만원을 연 3.97%로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월 이자는 약 53만원이다. 월세를 내는 것보다 매달 약 21만원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관건은 집주인의 참여 여부다. 안심신탁은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이라는 목돈을 직접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갭투자나 대출 상환 등으로 전세금을 활용하려는 집주인에게는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전세금을 직접 운용할 필요가 없고 매달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집주인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정부 역시 공실 부담 없이 일정한 월 수익을 원하는 임대인이나 전세금을 예금 등 안정자산에 두던 집주인의 참여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시세 20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주택 유형에는 별도 제한을 두지 않되 위반건축물이나 시세 대비 전세금이 지나치게 높은 주택 등은 심사 과정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PF 투자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임차인의 전세금과 임대인에게 약정한 수익은 보장하는 구조를 마련한다.

 

첫 시험대는 올해 열린다. 정부는 LH 매입임대주택 일부 500가구를 무주택 청년에게 시범 공급한다. 9월 중 모집공고, 10월 신청, 11월 3자 계약과 전세금 예치를 거쳐 12월부터 순차적으로 입주와 임대인 수익 지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안심신탁의 성패가 지역별 전월세전환율과 최종 약정수익률의 차이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월세를 전세로 바꿨을 때 받을 수 있는 안심신탁 수익이 현재 월세 수준과 비슷하거나 높다면 집주인의 참여 유인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전월세전환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기존 월세를 유지하는 편이 더 유리할 수 있다.

 

결국 안심신탁이 전세사기 방지책을 넘어 실제 월세 물량을 전세로 돌리는 장치가 될지는 ‘연 4%대’의 수익률이 시장의 월세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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