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이 18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기금운용 의사결정 구조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에서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 법안이 발의된 데 이어 연금개혁특별위원회와 관계부처도 재정 안정과 기금운용 체계 전반을 포함한 구조개혁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 관련 위원회의 가입자 대표성을 현실화하고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 6월 열린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혁 토론회에서 노동계와 경영계, 전문가 등이 제기한 의견 가운데 공감대가 형성된 과제를 우선 입법화한 것이다.
개편의 핵심은 1998년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된 위원 구성을 실제 가입자 구조에 맞게 손질하는 데 있다. 2024년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가운데 사업자가입자는 76.2%, 지역가입자는 19.4%지만 현행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사용자·근로자 대표와 지역가입자 대표가 각각 6명으로 동일하다. 가입자 구조 변화가 위원 구성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국민연금심의위원회와 기금운용위원회, 전문위원회, 실무평가위원회의 추천체계를 전국 단위의 대표성을 갖춘 단체 중심으로 개편하도록 했다.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 비중을 늘리는 한편 가입자단체가 추천하는 기금운용위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연금제도와 기금운용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특히 기금운용위원 가운데 3명을 상임위원으로 두는 방안이 포함됐다. 현재 비상설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금운용위원회의 한계를 보완해 상시적인 심의와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상임위원은 분야별 기금운용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전문위원의 자격 요건도 금융·경제·연금제도·법률 분야 경력 등을 기준으로 법률에 직접 규정하도록 했다.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국민연금기금의 급격한 성장도 있다. 올해 5월 말 기준 기금 규모는 1848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민경제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만큼 가입자 대표성뿐 아니라 전문성과 책임성, 상시성을 갖춘 의사결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국회 차원의 연금개혁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연금특위는 지난 21일 민간자문위원회의 최종보고를 받은 뒤 보건복지부와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로부터 연금개혁 관련 정책 현황과 추진계획을 보고받았다. 민간자문위에서는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해 낸 만큼 받는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로 개편하는 방안과 저소득 노인에 대한 보충적 소득보장, 국고 투입을 포함한 재정구조 개편 등이 제시됐다.
관계부처는 지난해 국민연금법 개정에 따른 후속 과제를 2027년도 예산안 등에 반영하는 한편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와 기초연금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보건복지부는 인공지능 도입이 경제성장률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실제 기금 규모와 기존 전망 간 차이 등을 반영해 내년부터 실시할 제6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