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최단거리 항로로 주목받는 북극항로 개척에 한국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북극항로는 물류비용 절감은 물론, 조선·해운·철강 등 전후방 산업을 키울 기회로 여겨진다. 하지만 하절기만 운항이 가능한 데다 러시아와 관련한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 팬스타 아르크호, 45일간 북극항로 운항 예정
23일 해양수산부와 조선·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팬스타라인닷컴의 2758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 22일부터 북동항로 시범운항을 시작했다. 한국 선사로는 2013년 현대글로비스가 유조선으로 러시아에서 나프타를 싣고 북극항로를 거쳐 광양항까지 운송하는 데 성공한 적이 있지만, 컨테이너선으로 왕복을 시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신항에서 출발한 팬스타 아크로호는 북동항로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우,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차례로 기항한 뒤 다시 북동항로를 통해 10월 5일경 부산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전체 예상 운항기간은 약 45일이다.
북동항로는 북극항로 중 유럽에서 러시아 북쪽 연안을 지나 태평양으로 가는 뱃길을 일컫는다. 북극항로는 기후 변화로 북극의 해빙 면적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북극해에 생겨났다. 배를 타고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갈 때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는 2만㎞에 달하지만, 북극항로는 1만3000㎞로 운항 거리가 약 35% 줄어든다. 그만큼 물류비 부담을 덜고,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북극항로의 활용도가 높아지면 조선·해운, 철강 등 연관산업 및 지역경제 활성화, 탄소배출 저감 등의 기대효과가 커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조선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쇄빙선 등에서의 강점을 살려 친환경 및 극지대응 선박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쇄빙선이나 장거리 운항 선박에 고강도·고내식성의 특수 강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철강업도 수혜가 예상된다. 북극항로 전진기지로 예정된 부산 지역의 경제활성화 및 고용창출 효과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 지정학적 리스크·혹독한 운항조건 등 넘어야 할 산
하지만 북극항로의 활용성을 높이고 상업 운항을 확대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거란 분석도 있다. 우선 러시아 등 북극항로 인근 국가들이 항로를 통제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러시아 등에 대한 국제제재와 연계된 정치적 리스크가 불거지면 북극항로의 불확실성 역시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혹독한 운항조건 등에 따라 연중 항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존 항로에 견줘 운항 거리가 줄어든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성이 높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IBK경제연구소는 “특수선박 건조 및 운영에 높은 비용이 소요됨으로 인해 운영 초기에는 항로 단축으로 기대된 비용절감이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국제해사기구(IMO)가 북극항로에서 중유 사용과 운송을 금지하는 등 북극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해 내놓은 ‘글로벌 경쟁의 장이 된 북극항로, 2030 북극항로 신 전략수립으로 준비해야’ 보고서에서 “북극항로는 해운, 외교, 자원, 과학기술이 교차하는 복합 의제로, 정책 일관성과 전략적 연계를 위해 범부처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국내 역량 강화 차원에선 극지 항해 전문 인력 양성, 쇄빙연구선 운용 확대, 초소형 위성 등 감시 기술 개발과 같은 하드웨어 기반 인프라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