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SNS 규제 어디까지] DM 폭언, 오픈톡방 조리돌림… 하교 후 이어지는 ‘SNS 학폭’

SNS가 학생들 사이에서 따돌림, 조리돌림 등 학교폭력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악용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SNS가 학생들 사이에서 따돌림, 조리돌림 등 학교폭력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악용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SNS로 인해 ‘학폭(학교 폭력)’이 하교 후에도 이어진다.”

 

 29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14세 미만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입 제한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청소년의 SNS 과몰입 및 중독을 예방한다는 목적이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호흡하는 초등학교 및 고등학교 교사에게 청소년의 SNS 사용에 관한 의견을 들어보니 “아직 통제력이 부족한 학생들 사이에서 악용되고 있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약 15년째 초등교사로 일하는 A씨는 “이전에는 학폭이 학교에 있는 동안 이뤄졌다면 이제는 학교를 벗어나서도, 사실상 24시간 지속되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교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최근 도시권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만 해도 3분의 2 이상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한다. 4학년 이상 고학년이면 스마트폰이 없는 경우를 찾기 어렵고, 상당수가 대표적 SNS인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다. 선생과 소통할 때는 주로 카카오톡을, 또래 친구들과는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A교사는 “SNS도 분명 순기능이 있다. 또래 친구들끼리 친목을 도모하고 소통에 도움이 된다. 최근 방학을 했는데 방학 기간에도 아이들끼리 서로 연락을 해서 만나더라. 내가 학창 시절 때는 방학 때 친구들을 만나기 어려웠다”며 “문제는 DM으로 협박, 폭언, 인신공격, 부모님 욕 등을 하는 사례가 많다. 이 같은 문제로 상담을 신청하는 학생도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20년째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B교사는 “학생들의 SNS 사용은 해로움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강하게 말했다. 그는 “아직 통제력이 부족하고, 외부 자극에 영향을 크게 받는 아이들인데 너무 자극적인 것을 많이 보게 되니 중독되기 쉽고 위화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특히 교사 등 어른들이 볼 수 없는 온라인 공간에서 DM으로 친구를 비방하고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온라인 왕따’의 방법도 여러 가지라고. B교사는 “SNS에서 친구(팔로우)를 받아주기 않기, 언팔(팔로우 끊기), 특정 인물의 게시물에만 댓글을 달아주지 않기 등으로 따돌리는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점들이 있으니 학교 차원에서 SNS를 사용하지 말라고 교육은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러한 부분에서 법으로 어린 학생의 SNS 가입을 제한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는 B교사는 “SNS에 별 관심이 없는 학생도 다른 친구들이 대부분 SNS를 하니까 어울리기 위해서 SNS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며 “차라리 모두가 SNS를 하지 않는 환경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SNS가 학생들 사이에서 따돌림, 조리돌림 등 학교폭력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악용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SNS가 학생들 사이에서 따돌림, 조리돌림 등 학교폭력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악용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15년째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C교사도 학생들의 ‘SNS 조리돌림’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요즘 10대는 카톡을 안 쓰고 인스타그램 DM과 스토리 기능으로 소통을 한다. 특히 하루 뒤에 게시물이 사라지는 스토리 기능은 ‘박제는 되기 싫고 소통은 하고 싶은’ 10대의 심리에 딱 맞는 포맷”이라며 “문제는 스토리를 통해 조리돌림을 하고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하면 캡처본이 있지 않는 이상 피해 학생은 입증이 어렵다”고 말했다.

 

 모바일 메신저 카톡의 오픈톡방도 조리돌림에 악용되고 있다고. C교사는 “오픈톡방을 만든 뒤 초대를 해서 일제히 욕을 퍼부은 다음 방을 폭파(채팅방의 비활성화)시켜 증거를 남기지 않는 식”이라며 “그래서 학기초 공지사항 중 하나가 ‘오픈톡방 초대 막기’일 정도”라고 전했다.

 

 C교사는 SNS가 범죄의 공간으로 악용되는 점에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고교생들이 SNS를 통해 초등 고학년, 중학 운동부 등을 이른바 ‘행동대장’으로 섭외한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들을 포섭해 불법 스포츠도박 참여, AI 합성 음란물 제작 등 범죄 행위를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방미통위는 만 14세 미만 가입 제한 외에도 이용자 연령 확인 의무화, 만 19세 미만 이용자에 대한 무한 스크롤·맞춤형 추천 기능의 기본 제공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교사들은 “기본권 침해의 요소가 있고 학폭의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겠지만 아무런 제한이 없는 현 상황에서 변화는 필요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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