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NOW] 자율주행보다 먼저 온 ‘원격 운전기사’

 

서울 관제센터에서 제주 도로를 달리는 차량을 운전하는 서비스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차량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판단하는 완전자율주행에 앞서, 사람이 통신망을 통해 원격지 차량을 조작하는 원격운전이 먼저 시장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기아는 KT, 자율주행 기술기업 에스유엠과 함께 연내 목적기반차량(PBV) PV5를 활용한 원격운전 서비스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기아는 차량과 관련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KT는 4G·5G 통신망과 네트워크 품질을 관리한다. 에스유엠은 원격제어 시스템 운영을 맡는다.

 

차량 운전석은 비어 있지만 실제 조향과 가속·제동은 관제센터에 있는 원격운전자가 담당한다. 운전자는 차량에 설치된 여러 대의 카메라 영상을 모니터로 확인하고 운전대와 페달을 조작한다.

 

관련 기술은 이미 일반도로에서 실증을 거쳤다. 기아 등은 지난해 제주공항과 쏘카터미널, 용두암 일대에서 PV5 등을 활용해 약 70시간 동안 1000㎞가량을 주행했다. 통신망 이중화와 원격운전자 교육, 긴급출동 체계도 함께 점검했다.

 

초기 서비스는 카셰어링과 차량 회수 등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용자가 있는 곳으로 빈 차량을 이동시키거나 반납된 차량을 주차장으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차가 운행 중 이상을 일으켰을 때 원격운전자가 개입해 안전지대로 이동시키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사고 책임 기준을 먼저 정비해야 한다. 원격운전은 차량이 스스로 판단하는 자율주행과 달리 사람이 조향과 제동을 직접 통제한다. 다만 운전자와 차량 사이에 통신망과 원격제어 장비가 개입한다는 점에서 기존 운전과도 차이가 있다.

 

사고 원인은 여러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원격운전자의 판단 착오뿐 아니라 영상 전송 지연, 통신 두절, 차량 제어장치 오류, 카메라 사각지대 등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제동 명령이 늦게 전달된 경우 운전자와 통신사, 시스템 운영사, 차량 제조사 가운데 누구에게 어느 정도 책임을 물을지도 명확하지 않다.

 

현행 자동차손해배상 체계를 적용하면 피해자는 우선 차량 보험을 통해 보상받고, 이후 보험사와 사업자가 실제 과실 주체를 가리는 방식이 예상된다. 그러나 원격운전 사고에 특화된 별도 책임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사고 당시 기록을 확보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차량 영상과 원격운전자의 조향·가속·제동 명령, 통신 지연 시간, 통신망 전환 기록, 차량 제어장치 작동 내역 등을 함께 저장해야 원인을 구분할 수 있다. 기존 차량용 블랙박스보다 범위가 넓은 원격운전 전용 운행기록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원격운전자의 자격과 근무 기준도 과제다. 한 명의 운전자가 여러 차량을 순차적으로 관리할 경우 업무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 장시간 모니터를 주시하는 과정에서 피로가 누적되거나 차량 전환 과정에서 판단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사고 발생 시 현장 조치 의무도 정리해야 한다. 원격운전자는 사고 현장에 직접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신고와 구조, 차량 통제는 현장 출동 인력에 의존해야 한다. 원격운전자와 운영사업자, 긴급출동 인력 사이의 역할을 사전에 규정하지 않으면 초기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격운전은 완전자율주행보다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고 기존 통신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차량과 운전자 사이에 통신과 관제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사고 책임 구조는 더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 출시를 앞당기는 것만큼 면허 기준과 운행기록 관리, 근로시간, 사고 대응 절차, 전용 보험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운전석이 비어 있어도 운전과 사고에 대한 책임까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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