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가총액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가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공식 데뷔한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에서 매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계기로 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R은 10일 나스닥 글로벌셀렉트마켓에서 임시거래를 시작하며 13일부터는 종목명 정규거래로 전환된다.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은 지난 3월 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에 관한 상장 공모 관련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로 제출하며 미국 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은 지 약 3개월 반만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을 위해 전체 발행주식의 약 2.5%인 최대 1779만주를 신주로 발행한다. 조달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건설투자)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건설·장비 및 부대비용 포함) ▲극자외선(EUV) 스캐너를 포함한 기계장치 취득 등에 전부 쓰인다.
수요예측만 보면 흥행 조짐이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R 수요예측에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청약이 몰렸다. 글로벌 장기투자 펀드와 기술 분야 전문 펀드, 국부펀드, 아시아 전문 글로벌 투자자 등의 수요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가 지난 8일 SK하이닉스 종가(207만6000원) 기준으로 정해지면 조달 규모는 245억 달러(약 37조1400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알리바바(250억달러)에 이어 외국기업 미국 상장 역대 2위 규모가 될 전망이다.
ADR 상장을 계기로 SK하이닉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거란 분석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DR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이 확대되고, 향후 ADR과 한국 본주의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재평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본부장은 1997년 10월 ADR을 상장한 TSMC 사례를 들며 “TSMC는 글로벌 투자자 저변 확대를 기반으로 ADR은 본주 대비 프리미엄을 형성했고, 이 과정에서 본주와 ADR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한 전환 및 차익거래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결과적으로 대만 본주와 ADR이 함께 재평가되는 선순환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김영진 핀릿 연구위원은 “ADR 상장은 마이크론 등 현지 경쟁사들과 직접 비교되는 계기”라면서 “그동안 국내 수급 한계로 짓눌려 있던 할인 요인이 해소된다면 독보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장기공급계약(LTA) 기반의 압도적인 이익 체력이 주가에 더 빠르게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는 반대로 ADR 상장에 신주 발행이 동반되면서 주주 가치가 희석될 거란 반론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 ADR 나스닥 상장 기념식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자사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한편, 엔비디아 등 주요 협력사들과 만나 AI 메모리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