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38)는 2년 전부터 코스닥 바이오주 3~4개 종목에 3000만원가량을 분산 투자해왔다. 처음엔 “반도체보다 성장성이 높다”는 유튜브 콘텐츠를 믿고 뛰어들었다. 하지만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동안 그의 계좌 수익률은 -12%을 기록했다. 코스닥이 연초 대비 30% 상승에 그치며 코스피 상승 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가 담은 바이오 종목들은 임상 실패 악재까지 겹치며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A씨는 “코스피 신기록 뉴스를 볼 때마다 앱 열기가 두렵다. 내 계좌는 딴 세상 얘기 같다”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B씨(45)는 2024년부터 월급의 30%씩 꼬박꼬박 2차전지 관련 중소형주를 적립식으로 매수해왔다. 총투자금은 약 5000만원. 한때 전기차 열풍을 타고 수익을 냈지만, 이후 업황 둔화에 발목 잡혀 현재 수익률은 -8% 수준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를 1월에 매수했다면 수익률이 130%에 달했을 것이라는 기사를 보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B씨는 “그간의 투자가 반도체 한 종목 6개월 수익률만도 못하다. 뭘 믿고 분산투자한 건지 모르겠다”며 호소했다.
#20대 직장 초년생 C씨(26)는 지난해 말 500만원을 모아 코스닥 게임·엔터 테마주에 투자했다. ‘소액이라 삼성전자 같은 고가주는 엄두도 못 낸다’는 생각에 저가 테마주를 고른 것이다. 하지만 지수는 올라도 자신의 종목은 내리는 날이 반복됐다. 현재 수익률은 -19%다. C씨는 “한 친구는 삼성전자를 조금 사뒀는데 30% 넘게 벌었다고 하더라. 나는 이것저것 담았는데 원금도 못 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스피가 26일 6거래일 만에 8000선을 재돌파하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증시의 온도는 투자자마다 극명하게 엇갈린다. 삼성전자가 장중 30만원선을 넘어서고, SK하이닉스가 200만원을 기록하며 이른바 ‘30만전자·200만닉스’ 시대를 열며 반도체 투톱 중심의 쏠림현상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삼전닉스’를 보유하지 못한 대다수 개인 투자자들은 역대급 강세장 속에서도 극심한 소외감과 좌절감을 호소하고 있다.
1,750조 9,604억원
수치는 쏠림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751조원, SK하이닉스는 1474조원으로 두 종목의 합산 시총은 3225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 6600조원의 약 48.5%를 차지한다. 코스피가 사실상 반도체 투톱에 좌우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내 순이익 비중은 무려 72%에 달한다. 실적이 이처럼 두 종목에 집중된 구조에서 주가 쏠림은 필연적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코스피가 연초 대비 80% 가까이 치솟는 동안 코스닥은 33%대 상승에 머물며 두 시장 간 수익률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스닥은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를 웃돌아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고 테마주 비중이 높아 외국인·기관 자금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다. 여기에 자산 규모가 작은 개인 투자자일수록 고가 우량주 대신 저가 소형주에 몰릴 수밖에 없어 수익률 양극화는 더욱 깊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