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재시공 4000억 폭탄… HDC현산 돈줄 마른다

입주 1년 지연시 가구당 7000만원… 철거·재시공 비용도 부담
작년 현금성 자산 4900억원… 다른 사업 막히면 재정 '빨간불'

고용노동부와 경찰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현장에서 부실공사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철거 및 재시공 비용, 지연보상금 등을 포함해 약 4000억원에 이르는 재정적 부담이 HDC현대산업개발을 옥죌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에 따른 ‘아이파크’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향후 사업 수주 가능성마저 희박해진 만큼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은 이번 사고의 여파로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사고가 난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계약해지 위약금과 입주지연보상금, 재시공 비용 등이다.

 

현재 화정 아이파크 예비입주자들은 전면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회장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안전점검 결과 문제가 있다면 예비입주자와의 계약 해지는 물론 아파트 완전 철거 후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공언했다.

 

철거 후 재시공에 나설 경우 HDC현산은 아파트 지연에 따른 보상금을 입주예정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지체보상금은 계약금과 중도금 등에 연체료율 곱해 계산하는데, 전용 84㎡ 분양자를 기준으로 1년에 지급해야 할 보상금은 7000여만원이다. 사고 수습 및 재시공이 늦어질수록 보상금은 더욱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결국 문제는 공사 기간인데, 단순 재시공이 아니라 붕괴된 건물을 철거한 뒤 다시 올리는 것인 만큼 완공까지 적어도 2년은 소요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입주예정자 한 가구당 1억400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2단지는 총 316가구다. 이들의 입주가 지연되면 현대산업개발이 부담해야 할 보상금은 1년 기준 221억원, 2년에 442억원에 이른다.

 

아예 계약을 해지하는 입주예정자에 지급해야 할 위약금도 만만치 않다. 시공사 귀책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계약자들은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 위약금,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선 HDC현산이 계약자 한 가구당 지급해야 할 액수는 1억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철거 후 재시공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사업 수주 당시 광주 화정 아이파크의 기본 도급액은 2735억1320만원이었다. 여기에 붕괴사고 사망자 유가족에 대한 보상금도 지급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최소 3000억~4000억원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수습을 위한 막대한 현금성 자산 소요로 HDC현산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기준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4900억원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등을 이용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향후 신규 수주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과거 수주했던 사업장마저 이탈해 돈줄이 막히면 재정 상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HDC현산 시공 현장에서 하도급을 맡은 중소 건설사들의 자금난과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타 지역 아이파크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들에도 불똥이 튀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축 아이파크 입주를 앞둔 충북 청주, 충남 당진, 강원 속초 등에선 집주인들이 불안감 탓에 입주 대신 전세를 놓고 갑자기 늘어난 매물로 인해 호가가 1억원이나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직 보상 및 재시공 등의 범위가 정해지지 않아 회사에서 공식적인 보상 및 손실 추산 금액을 언급하거나, 일각에서 제기된 유동성 문제에 대해 답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19일 오전 서울 용산 HDC현산 본사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에 돌입해 시공사의 설계 변경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HDC현산 측 현장소장과 직원, 감리자 등 10여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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