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심사 개편에 희비 엇갈린 건설사들

신용평가등급·시공능력평가로 시세 산정… 대형사 브랜드 유리
건설업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기대”… 중견사 “양극화 우려”

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편에 나선 가운데 건설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건설사들은 침체됐던 주택사업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대형 건설사와 중견·중소 건설사간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부정론도 적잖다. 지방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가가 올라 서민층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근 내놓은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편안은 인근 시세 산정기준과 비교사업장 선정기준 등을 개선하고, 지역분양가 수준을 합리적으로 반영하되 고분양가 심사기준의 공개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분양가가 일정 기준보다 높으면 HUG가 보증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집값을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이전까지는 반경 500m 안에 있는 준공 20년 이내의 100가구 이상 모든 아파트의 평균 시세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럴 경우 시세 산정 기준에 구축이나 비 브랜드 아파트가 포함될 수 있어 분양가가 너무 낮게 책정되고 빠른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HUG는 세대수·건폐율 같은 단지 특성과 신용평가등급·시공능력평가 등 시공사의 사업 안정성을 기준으로 사업장을 선정해 평균 시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즉 비슷한 급의 브랜드 아파트 시세가 반영되기 때문에 이전보다 분양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건설사들은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는 대부분 구도심 지역에 위치해 주변에 노후된 주택이 몰려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시세가 과도하게 낮게 책정됐다”며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편으로 유사한 브랜드 아파트의 시세를 반영하게 되면 분양가도 오르고 사업 진행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신축 단지의 시세를 20년 가까이 된 구축 단지와 비교해 책정하는 것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며 “비슷한 사업장과 비교하도록 산정 기준이 바뀐 것은 일단 긍정적이지만 건물 노후도에 따른 가산율 적용으로 매매가격을 책정하는 부분은 차후 사업을 진행해봐야 효과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 수주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온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이번 심사제도 개편으로 대형 건설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며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신용등급평가나 시공능력평가 등 사업안정성 항목 등은 당연히 대형 건설사들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수익성이 좋은 사업지일수록 중견·중소 건설사가 소외되는 양극화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분양가 상승으로 인해 내 집 마련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편으로 인해 일반분양의 분양가격이 일부 올라갈 수 있겠지만 그동안의 ‘로또 아파트’ 논란을 감안해 허용 가능할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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