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해킹이 북한 정예 해킹조직의 소행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연계 추정 해커들은 단 20분 만에 63억 달러(한화 약 8조4155억원)를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가상자산 업계 역사상 단일 해킹으로는 최대 규모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일 “북한은 지난달 29일경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0억 달러 이상의 가상화폐를 탈취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 발생 이후 북한이 해킹 배후로 지목돼 왔으나, FBI가 이를 공식 발표한 건 처음이다. 앞서 바이낸스는 엔지니어의 해킹된 노트북과 거래 승인 시스템의 허점을 노린 공격으로 가상자산 63억 달러 상당이 무단 인출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FBI는 “미국 비밀경호국(USSS) 및 국세청 범죄수사국(IRS-CI)과 협력해 ‘트레이더트레이터’ 조직원들이 훔친 자산을 주로 이더리움(ETH)으로 전환하는 것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트레이더트레이터는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킹조직으로 전해진다. 2014년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조롱한 영화 ‘인터뷰’에 대한 보복으로 소니 픽처스를 해킹한 혐의를 받은 라자루스 그룹의 일원으로 추정된다.
FBI는 “탈취된 가상화폐는 탈중앙화 금융(DeFi) 및 즉시 스와프 서비스를 이용해 추가적인 자금세탁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자금세탁을 통해 자금의 출처를 은폐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 블록체인 분석 회사 등에 특정 주소와 관련된 거래를 차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해킹조직은 지난달 30일 오전 5시5분쯤부터 5시22분쯤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동원해 공격을 감행해 돈을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해커들이 이처럼 알고리즘까지 동원해 가상화폐를 탈취한 것은 추적망을 교란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가상화폐 자금 동결 조치를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레이더트레이터는 자금 동결이 우려되는 스테이블코인(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 등을 탈취한 직후 약 3억2500만 달러 상당을 이더리움 12만2300개로 기습 교환했다. 더 가디언은 “이번 해킹의 엄청난 규모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인해 광범위한 국제 제재를 받는 북한이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해킹 사건에서 단기간 내 수천 건의 거래가 발생하고, 자금이 여러 지갑을 반복적으로 오가거나 이전에 사용된 주소로 되돌아가는 정황이 확인된 점도 주목된다. 글로벌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체이널리시스는 이에 대해 “탈취 자금 규모가 기존 자금세탁 경로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만큼, 향후 자금이 이동하는 지갑 주소가 수만 개로 늘어나고 브리지·즉시 교환 서비스 등으로 자금세탁 경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바이낸스는 해킹으로 탈취당한 자산의 90%를 복구했다고 밝혔다. 다만 나머지 10%는 필요한 양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낸스는 지난달 31일 성명에서 “탈취에 따른 재정적 영향은 사용자들에게 전가하지 않고 바이낸스가 감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텅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고객 자금은 절대 사용하지 않으므로 영향이 없다”고 공지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