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가 우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누리호의 다섯 번째 발사 성공으로 민간 기업의 우주 수송 참여가 확대되고, 국산 반도체와 부품도 궤도 위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 우주기술기업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우주산업에 대한 투자까지 늘면서 발사체와 위성, 전자부품을 아우르는 새로운 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우주항공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발사된 누리호 5호기는 목표 고도인 575㎞에 도달해 주탑재체인 초소형 군집위성 5기를 궤도에 투입했다. 부탑재 큐브위성은 10기 가운데 9기가 분리됐다.
이번 발사에서는 국내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통제센터 콘솔 운용 등 참여 범위도 확대됐다. 정부와 연구기관이 축적한 발사체 기술을 기업으로 이전하고, 민간 주도의 상업 발사 서비스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을 넓힌 것이다.
로켓에 실린 국산 반도체는 우주산업과 기존 주력 산업이 만나는 접점이다. 이번 누리호에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등을 탑재한 국산 소자·부품 우주검증 플랫폼 2호가 실렸다. 우주항공청이 선정한 검증 대상에는 SK하이닉스의 D램과 UFS를 비롯해 국내 기업·연구기관이 개발한 위성 자세제어 부품과 항전 장비 등이 포함됐다.
우주검증은 국내에서 개발한 제품을 실제 우주 환경에서 시험하고 운용 이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상에서 개발한 기술을 우주용 부품 시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절차다. 앞서 우주검증위성 1호 탑재체에는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가 선정됐다. 국내 양대 메모리 기업이 우주 환경에서 제품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사업에 참여한 셈이다.
정부도 후속 발사를 통해 산업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2032년까지 누리호로 공공·국방 등 국가 위성을 매년 1회 이상 발사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내년 하반기 6차 발사를 시작으로 통신위성과 소형 달 착륙선, 국방 목적의 전자광학 위성 등을 순차적으로 발사하고, 우주데이터센터 실증 등 추가 위성 수요가 생기면 발사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투자 확대도 검토한다. 지난 20일 이재명 대통령은 통신·감시 위성 수요 증가에 대응할 경쟁력을 강조하며 우주 발사체와 위성에 대한 투자 확대 검토를 지시했다. 국가 위성의 제작과 발사가 지속되면 관련 기업들은 운용 경험을 축적하고 소재·부품을 공급할 기회를 넓힐 수 있다.
해외에서는 우주산업으로 향하는 자금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투자회사 스페이스캐피털이 지난 13일 공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우주 경제 투자액은 925억 달러(약 123조6000억원)로 지난해 연간 기록을 넘어섰다. 연간 투자액은 처음으로 1000억 달러(약 133조600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에서도 지난 27일 스페이스X와 관련 소재·부품·통신 기업 등에 투자하는 ‘FOCUS 스페이스X밸류체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되는 등 우주산업 전반으로 투자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과제는 정부의 발사 계획과 기술 실증을 지속적인 사업으로 연결하는 것”이라며 “발사체 기업은 반복 운용을 통해 신뢰성과 경제성을 높여야 하고, 반도체·부품 기업은 우주 환경에서 성능을 입증해 공급처를 확보해야 한다. 공공 수요를 발판으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이 민간·해외 시장의 수주로 이어질지가 K-우주산업의 성장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