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서 혼자 사는 프리랜서 이보미(가명·36)씨는 평일 미술 강사로 일하고 토요일에는 병원에서 환자 안내 아르바이트를 한다. 혼자 생활비를 책임지는 이씨에게 당장의 소득은 먼 미래의 노후보다 현실적인 문제다. 별도의 노후 금융상품 없이 수입의 10%가량을 예·적금으로 모으는 이씨는 “노후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생활과 일에 투자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삶은 빠르게 늘고 있는 1인 가구의 한 단면이다. 혼자 사는 삶이 결혼이나 가족 형성 이전의 일시적인 단계를 넘어 하나의 독립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가구 지형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1인 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일반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2022년 34.5%, 2023년 35.5%에 이어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연령별로는 29세 이하가 17.8%로 가장 많았고 60대 17.6%, 30대 17.4% 순이었다. 청년층의 독립·취업과 고령층의 사별·고령화가 동시에 1인 가구 증가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행정안전부 통계로 보면 ‘혼자 사는 세대’의 규모는 이미 1000만을 넘어섰다. ‘2026년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주민등록 1인 세대는 1027만2573세대로 전체 2430만87세대의 42.3%를 차지했다. 1인 세대는 2024년 처음 1000만 세대를 넘어선 뒤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1인 가구가 늘면서 혼자 산다는 것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6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73.5%가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1인 생활을 이어갈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58.3%로 2024년 55.8%보다 높아졌다. 반면 경제적 부담은 여전히 크다. 경제력 만족도는 51.4%로 공간·환경이나 여가생활 만족도에 크게 못 미쳤다. 불안의 내용도 연령별로 달랐다. 사고나 질병 발생 시 치료비가 부족할 것이라고 우려한 비율은 20대 48.2%, 30대 48.9%로 젊은층에서 높았다. 반면 입원이나 수술 때 간병해 줄 보호자가 없을 것이란 걱정은 연령이 높을수록 커져 50대에서 55.5%에 달했다.
정부도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고독사 예방과 돌봄·주거 지원 등 대응을 넓히고 있지만 정책 수요는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청년층에게는 주거비와 자산 형성, 중장년층에는 소득 단절과 사회적 고립, 고령층에는 건강·돌봄 공백이 각각 주요 위험으로 떠오른다. 특히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고령 1인 가구를 대상으로 금융사기 예방과 자산관리 지원을 강화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1인 가구가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예외적인 형태가 아닌 만큼 정책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거·금융·노후·돌봄을 가족이 아닌 개인 단위에서 설계하고 연령과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른 위험을 촘촘하게 보완하는 것이 ‘1인 가구 1000만 시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