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이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됐다. 2024년과 2025년 7.09%로 2년 연속 묶인 뒤 올해 1.48% 인상됐지만 다시 동결로 돌아섰다. 정부는 국민 부담과 최근 보험료 수입 여건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을 7.19%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직장가입자의 월평균 본인부담 보험료는 16만699원, 지역가입자는 9만242원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도 211.5원으로 유지된다.
정부는 최근 5년간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흑자를 유지했고 내년도 국고지원이 약 1조1000억원 늘어난 점도 동결 배경으로 들었다. 내년 국고지원 예산은 13조8000억원이다. 보험료 예상수입 대비 지원율은 14.4%로 올해 14.2%보다 0.2%포인트 높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상 지원 기준을 합친 20% 상당에는 못 미친다. 지난해 말 누적 준비금은 30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재정 여건은 악화하고 있다. 건강보험 당기수지 흑자는 2023년 4조1276억원에서 2024년 1조7244억원, 지난해 4996억원으로 줄었다. 지난달 건정심 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당기수지는 3644억원 적자였고 연말에는 2조8374억원 적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누적 준비금도 지난해 말 30조2217억원에서 올해 말 27조3844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계됐다.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는 125조원으로 전년보다 7.6% 증가했다.
보험료율 결정을 앞두고 의료계와 노동계는 동결에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의사협회는 고령화와 필수·중증의료 지출 확대를 감안해 적정 수준의 보험료율을 결정하고 정부도 법정 기준에 부합하는 국고지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건보공단노조와 심평원노조 등도 재정 악화가 보장성 축소와 사적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고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장기 전망도 부담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6월 의료개혁 정책 투자를 제외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적자로 전환하고 누적 준비금이 2031년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개혁 1·2차 실행방안에 따른 투자를 반영하면 소진 시점은 2029년으로 2년 앞당겨진다. 간병비 급여화와 상병수당 제도화 등 추가 지출은 이 전망에 포함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최근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건강보험 보장 혁신방안 등 추진에따른 지출 소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이 최근 5년 간 당기수지 흑자, 준비금 3.5개월분 보유 등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점, 내년도 정부 지원 1조1000억원 증액,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보험료 수입 증가 기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전했다.
보건업계는 이번 동결로 당장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증가는 피했지만 이후 인상 압력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보공단 안팎에서는 2030년까지 보험급여비 1.5개월분 수준의 준비금을 유지하려면 2028~2030년 매년 2% 이상 보험료율을 올려야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급여비 1.5개월분은 법정 기준이 아니라 건보공단의 중장기 재무관리 목표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