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기부터 켠다…서울 집값, 예산 따라 온도차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요즘 서울에서 집을 알아볼 때는 부동산 앱보다 계산기를 먼저 켜는 사람이 적지 않다. 원하는 동네와 평수를 고르기 전에 현금이 얼마나 있는지, 은행에서 얼마까지 빌릴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해서다.

 

집값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1.14% 올랐다. 7월 상승률 1.05%보다 오름폭도 커졌다. 중랑·성북·노원구 등 강북권이 상승세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서울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17.8로 두 달 연속 낮아졌다. 가격은 오르지만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기대는 조금씩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수요자의 셈법이 복잡해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대출이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목적으로 받는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는 주택 시가에 따라 달라진다. 15억원 이하는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다. 비싼 집일수록 빌릴 수 있는 돈이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다.

 

예를 들어 같은 자기자본을 갖고 있더라도 15억원을 넘는 순간 필요한 현금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어느 동네가 더 오를까’보다 ‘내 돈으로 어느 가격대까지 살 수 있을까’가 먼저인 시장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서울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진입가격이 낮은 지역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8월 집값 상승을 중랑·성북·노원 등 강북권이 주도했다는 KB부동산 분석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지역별 가격 움직임을 대출 규제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교통과 정비사업, 신축 여부, 개별 단지 가격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집을 사지 않고 기다리는 선택도 간단하지 않다. 전세와 월세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7억1178만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처음 7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다시 상승했다.

 

월세도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62만원으로 6월 159만2000원보다 1.7% 상승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60만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누적 상승률은 5.73%다.

 

매매는 대출이 걸리고, 전세는 목돈 부담이 커지고, 월세는 매달 빠져나가는 주거비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특히 직장과 통근거리를 고려해야 하는 20·30대에게는 집값 전망보다 매달 감당할 수 있는 현금흐름이 주거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정부는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는 신규택지 10만호 등을 포함해 수도권에 23만호+α를 추가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급 촉진과 함께 청년 등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급 계획이 실제 입주 가능한 집으로 바뀌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이사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몇 년 뒤 공급 물량보다 이번 달 전세 보증금과 대출 가능 금액이 더 현실적인 문제다.

 

서울 부동산 시장을 ‘오른다’와 ‘내린다’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집값은 계속 오르지만 대출 규제와 전월세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누구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장은 아니다.

 

예전에는 지도를 펴놓고 오를 동네를 먼저 찾았다면 요즘은 자신의 예산부터 계산한 뒤 지도에서 가능한 지역을 지우고 남기는 방식에 가깝다.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풍경도 집값만큼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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