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에 이어 2회 연속 인상으로 금리 인하·동결기를 끝내고 연속으로 금리를 올린 사례는 처음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2.6%에서 3.3%로 대폭 상향 조정되는 등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진 가운데, 기조적 물가 압력과 수도권 집값·가계대출 급증세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2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짊어진 서민과 취약차주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되며 한계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빚 2000조원·취약차주 부담 가중 우려…“금융안정 점검하며 추가 인상 결정”
한은이 2회 연속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든 핵심 배경에는 수도권 집값 급등과 가계대출 팽창이 자리 잡고 있다. 6월과 7월 은행 가계대출은 각각 7조6000억원, 5조4000억원 늘어나는 등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도는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 및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경기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2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빚 부담이다. 기준금리가 3%대로 상향되면서 시중은행 대출금리의 연쇄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다중채무자, 저소득·저신용자 등 취약차주와 영세 자영업자의 연체 위험 및 원리금 상환 부담이 한계 수준에 다다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이를 고려해 금통위는 취약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현행 1.25%로 동결했다. 신 총재는 “정부의 지원대책과 함께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경제 성장률 전망 2.6→3.3% 대폭 상향…“물가 확산 방지”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6%에서 3.3%로 0.7%포인트, 내년은 2.1%에서 2.9%로 0.8%포인트 각각 올려 잡으며 이례적으로 큰 폭의 상향 조정을 단행했다. 신 총재는 “반도체 경기 호조로 수출과 투자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소득 여건 개선에 힘입어 소비 회복세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7월 근원물가 상승률이 2.6%로 높아지는 등 기조적 물가 불안은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모두 기존 2.4%, 2.3%보다 높은 2.5%로 일제히 상향했다.
신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는 반도체 경기 호조와 이에 따른 소득 여건 개선으로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근원물가 상승률이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물가 오름세가 보다 확산되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선제적 정책 대응은 뒤늦은 대응에 비해 기대인플레이션을 조속히 안정시킴으로써 긴축의 강도와 기간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성장 측면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의 연구 결과”라며 “이러한 대응은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