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잠재력을 활짝 열어줄 거라 믿었던 조기 사교육이, 정작 아이의 마음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과도한 성취 압박과 줄 세우기식 학습이 아이들의 신체와 정신을 동시에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엄소용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사교육 경감 프로젝트 시민 토론회’에서 영유아기 과도한 조기 학업 교육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엄 교수는 “영유아기의 과도한 학업 중심 교육은 창의성과 놀이 능력, 사회성 발달을 저해한다”며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분비가 뇌 발달을 방해해 인지 기능과 정서 안정을 해치고, 결국 학령기 학업 부진과 흥미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조기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의 부적응 문제가 빈번하게 관찰된다.
27일 육아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육아정책포럼에 소개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2025년 원장·교사 인식조사에서는, 학습 사교육 참여 영유아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65.2%가 해당 영유아에게 기관 적응이나 또래관계의 어려움이 나타났다고 답했다.
영어 사교육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 뚜렷했다. 교사 가운데 45.2%는 영어학원에 적응하지 못하는 영유아를 지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81.9%는 해당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부정적인 적응 행동을 보였다고 응답했다. 영어학원 부적응 경험이 없는 아이 가운데 기관생활에서 부정적 반응을 보인 비율은 51.3%였다. 연구소는 이러한 차이가 일부 아이에게 영어 조기교육이 정서적 부담이나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 결과에서도 주당 5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은 유아 집단에서 불안·위축·주의산만·공격성 등의 문제행동 지수가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사교육의 개수와 빈도가 늘수록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는 경향도 관찰됐다. 다만 이런 결과만으로 사교육이 정서 문제를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이의 기질과 가정환경, 사교육의 내용과 강도 등 여러 조건이 함께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보호자가 과장된 정보나 막연한 불안에 흔들리지 않고 영유아기 발달 특성을 고려해 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박성옥 한국영유아아동정신건강학회 부회장(대전대학교 상담학과 특임교수)은 “영유아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적 자극보다 정서적 안정이다”고 강조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