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만3400원 입금’ 2035년 8월 서울. 직장인 김미래 씨의 스마트폰에 입금 알림이 떴다.
회사에서 받은 월급이 아니다. 정부가 보유한 인공지능(AI)·반도체 기업 지분과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서 발생한 투자 수익을 국민에게 나눠주는 ‘AI 배당’이다.
10년 전 김씨가 근무하던 회사의 회계팀 인력은 12명이었다. 지금은 직원 3명과 AI 에이전트가 같은 업무를 처리한다. 김씨는 일자리를 유지했지만 근무시간은 줄었다. 회사의 매출과 생산성은 오히려 증가했다. 회계 분야뿐만 아니라 법조나 미디어, 그리고 여러 제조업에서 AI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수많은 실업이 발생하기 시작한 게 8년 전부터였다. 이들 실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실업수당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소비해줄 노동자들이 사라지면서 제품을 판매할 곳을 잃어버린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 결국 이러한 비용 감수분을 새롭게 기금으로 조성해 온 국민에게 매달 급여처럼 배당을 시작하게 된 게 7년 전이다.
사람이 덜 일해도 더 많이 생산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2035년을 가정한 미래의 모습이지만 이때 필요한 새로운 소득분배 방식을 둘러싼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
인공지능(AI)이 ‘일자리 감소’ 우려에 이어 ‘소득의 재분배’ 고민을 촉발시키고 있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생산하면서 기업 이익은 늘지만 고용과 임금소득이 이에 비례해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할 수 있어서다.
이에 미국에서는 AI 기업이 창출한 부를 국부펀드에 축적한 뒤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구상까지 등장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지난 6월 ‘미국 AI 국부펀드법’을 발의했다. 일정 규모 이상 AI 기업의 지분을 확보해 국부펀드에 넣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국민에게 배분하는 게 골자다. 샌더스 의원 측이 제시한 펀드 규모는 최대 7조 달러에 달한다. 핵심은 AI 기업에 세금을 더 물리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민이 AI 자본의 지분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나오고 있다. 논의의 출발점은 간단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맞닿은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업황 호조로 늘어난 세수 일부를 청년 지원과 AI 등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미래대응기금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 호황기에 발생한 세수를 당장 소비하지 않고 자산으로 축적해 미래 세대에 활용하자는 취지다. 정치권에서는 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한 초과 세수를 국부펀드에 적립하고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투자수익을 배당하는 방안도 등장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민간 AI 기업의 지분을 정부가 강제로 확보할 경우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나친 분배가 AI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AI 기본소득과 국부펀드 논쟁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AI 시대의 핵심 질문이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를 넘어 ‘AI가 만들어낸 부의 소유권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AI 전문가는 “2035년 김씨의 통장AI 배당금이 들어올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사람이 아닌 AI가 더 많은 부를 생산하는 사회가 온다면 일하지 않는 기계가 번 돈은 누구의 몫인가라는 질문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