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발생한 막대한 규모의 이익이 결국 소수의 글로벌 빅테크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를 비롯해 AI 수익화를 입증한 마이크로소프트, TSMC 등이 매분기 호실적을 내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거둔 영업이익의 합이 250조원에 육박하는 등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반면 AI 산업 성장에 따른 이익은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빅테크와는 달리 AI 도입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 중소기업들, 그리고 AI 모델 훈련의 원재료가 되는 데이터를 제공한 수많은 개인과 기관들은 이 이익의 분배에서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노동연구원은 ‘2월 노동리뷰’에서 “AI 도입에 따른 노동수요 감소로 기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자동화와 지능화가 진행됨에 따라 일부 직무는 축소되거나 소멸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은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서비스, 금융·회계 등을 꼽았다. 한국노동연구원은 “(AI 도입 확산은) 노동시장 내 특정집단에 충격이 집중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부연했다.
AI 대전환에 따른 고용불안 확산 및 양극화 심화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AI 기본소득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AI 기본소득은 급격한 AI로의 전환(AX) 과정에서 소득감소 및 실직 위기에 놓인 계층에 대해 소득 안전판을 역할을 하고,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AI 기본사회 실현을 추진 중이다. 기술 발전의 혜택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내 ‘모두를 위한 AI 기본사회 추진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AI 기술 발전의 혜택이 특정 계층이 아닌 국민 모두에게 고르게 확산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집중한다는 목표다. 금민 기본사회위원회 AI기술전문위원장은 “AI 전환 시대에는 기본사회 개념이 필수적”이라면서 “안전한 AI, 모두의 접근권 보장, 이익공유의 세 관점에서 AI 기본사회 개념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 컴퓨팅 인프라에 투자하고, 국가 주도 개방형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을 지원하는 것도 AI 기본사회 구축과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국회에선 입법 활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2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과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인공지능 전환 대응을 위한 기본사회법안’ 제정안,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부담금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3개 법안을 공동 대표발의했다.
세 법안은 모두 AI 기본소득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AI로 고용을 대체할 경우 수혜를 보는 기업이 해당 비용을 사회와 부담하자는 점을 강조한다. 해당 법안들은 국민에게 직업 재교육, 전직·재취업 지원 및 최소한의 생활 보장을 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AI 기반 산업전환으로 영향을 받는 지역에 맞춤형 지원정책을 추진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가 AI 기반 산업전환 대응 및 고용불안 완화를 위해 기본사회 지원기금을 설치하자는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AI 및 자동화 기술 도입 등으로 노동자 고용, 업무 대체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예상될 것으로 인정되는 사업자에 ‘인공지능 전환 대응 분담금’을 부과 및 징수하는 내용도 담겼다.
AI가 창출하는 독점 이익과 일자리 대체·소득불평등·데이터 독점 등과 같은 사회적 전환 비용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회미래연구원은 ‘글로벌 AI 투자 전략과 우리나라의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OECD는 AI 초과 이익 과세의 필요성을 정책 의제로 제기하고 있다”면서 “국회는 AI 사회보장세 도입 논의를 선제적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AI 기본소득 추진 과정에서 막대한 재원 마련 방안은 숙제다. 과도한 분담금이 AI 관련 기업의 혁신 동력을 꺾고, 자본의 해외 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노동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돼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