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국장 분위기 좋았는데, 채권이 발목을 잡네요”
25일 이른 아침 서울 여의도역으로 향하는 출근길 지하철 전동차 안. 하차를 준비하며 스마트폰 화면에 깔린 증권사 모바일 앱을 닫던 40대 직장인 이모씨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며 “모멘텀이 필요한데…”라고 말끝을 흐린 뒤 열차 출입문이 열리자, 인파 사이로 서둘러 잰걸음을 옮겼다.
최근 미국 등 전세계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가 일제히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국내 주식시장 개인투자자 일명 개미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 장기금리가 불안한 가운데 국채금리 이슈가 모처럼 상승세를 타던 국내 주식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국채금리 일제히 급등…국고채 금리도 뛰어
요즘 국경을 가릴 것 없이 금융시장의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로 금리 문제가 꼽히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가 동시에 상승하는 현상은 세계적으로 금리가 다시 높아지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미 3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가 장중 연 5.33%대까지 뛰어올라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였던 2007년 6월 기록한 5.44%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금리의 벤치마크로 통하는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최근 연 4.75% 수준까지 올라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 초반을 추세적으로 돌파하는 상황을 임계점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도 최근 장중 한때 연 2.94%를 넘겼다. 이는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장기 국채금리도 각각 2011년과 2008년 이후 가장 높이 올랐다.
일반적으로 장기 국채금리 급등은 시장이 각국의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부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각국의 재정 확대에 더해 중동 위기에 따른 유가 상승과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막대한 AI 설비투자까지 겹치며 금리가 불안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금리 낮아질까…잭슨홀 미팅 주목
미 국채금리가 크게 뛰자, 지난 주 국고채 장기물 금리도 역대 최고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 1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0.082%포인트, 0.081%포인트씩 상승해 연 4.751%, 연 4.661%를 기록,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국채금리 상승은 당장 국내 주식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들어 다시 오름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는 금리 이슈에 기세가 한풀 꺾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 기대감에도 지난주 코스피는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오는 28일 잭슨홀 미팅에서 예정된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연설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 재무부의 국채시장 개입과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연준의 판단을 가늠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 정부는 최근 국채 바이백(재매입) 규모를 확대키로 하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사태는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전문가들은 금리 불안이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늘어나는 재정적자, 유가와 안보, 무역 등 정책 불확실성, AI 투자 등 장기금리 상승 배경이 쉽게 사라지기보다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