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시장이 다시 변곡점에 섰다. 8·3 세제개편안 이후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서 급매물이 늘고 가격이 조정되는 사이, 강북과 서남권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옮겨붙었다. 여기에 정부·여당이 비거주 1주택자 세 부담 완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강남권 매물이 다시 잠길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민주당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는 방안 등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하루 10건 이상 매물이 나오던 대치동에서는 최근 매도자들이 관망으로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지에서는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1억~2억원 높이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세제 충격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22% 올랐지만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0.05%, 0.09% 떨어져 2주 연속 하락했다. 반면 성북구는 0.45%, 중랑·서대문구는 각각 0.44% 상승했다. 서울 전체는 오르지만 고가주택만 조정을 받고 중저가 지역이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흐름이다.
실거래에서도 수요 이동이 뚜렷하다.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은 한 달 새 2.50% 올라 5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7월 거래 가운데 15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81.2%로 전월보다 4.9%포인트 높아졌다. 고가주택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실수요가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가격대로 이동한 결과다. 전세 실거래가격도 6월 1.28% 올라 11개월 연속 상승했다.
공급은 또 다른 변수다. 9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184가구로 8월보다 30.7% 줄어든다. 수도권도 6936가구로 23.5% 감소한다. 서울은 3478가구가 입주하지만 이 가운데 3064가구가 서초구 디에이치방배 한 단지에 몰려 있다. 방배·반포 일대 전월세에는 단기적으로 숨통을 틔울 수 있지만 강북과 서남권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결국 서울 시장의 핵심은 매물 숫자보다 ‘어떤 가격대와 지역에 매물이 있느냐’로 바뀌고 있다. 강남에서는 세제 부담이 급매를 만들었지만 완화 신호가 나오자 공급이 다시 줄 가능성이 생겼다. 반면 15억원 이하 시장에는 전세 상승과 대출 규제 영향으로 수요가 몰린다. 9월 대단지 입주도 서초에 집중돼 있다.
업계에서는 세제 방향이 다시 완화 쪽으로 움직일 경우 매도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대기 수요와 공급 부족 인식이 여전한 상황에서 강남 급매가 회수되고 중저가 매수세까지 유지된다면 최근 강남권 조정이 서울 전체 가격 안정으로 확산되기보다 다시 상승 압력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