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부동산 공급 대책에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방안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부터 택지 개발까지 수년이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와 주민 반대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찮다.
12일 정부 부처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곧 발표할 공급대책의 주요 방안으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서울 내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 가능한 부지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수도권 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 남은 그린벨트는 약 150㎢로 서울 전체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일부만 해제돼도 도심 내 중규모 택지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가 공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강남권 토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강남구 세곡·자곡동, 수서차량기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등 과거 그린벨트 해제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후보지로 꼽혀 온 곳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그린벨트 해제부터 공급까진 빨라야 10년가량 걸려 그린벨트 해제 방안이 정부의 ‘공급 속도전’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공택지 개발은 주민 등 이해관계자 협의와 각종 영향평가 등으로 길어지는 사례가 많아 입주까지는 통상 5~10년이 걸린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해제된 전국 그린벨트 34곳의 중 67.6%(23곳)는 지구 지정부터 입주까지 8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 시절 사업이 추진된 서울 서초구 서리풀1·2지구는 현재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만으로는 단기간 내 공급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자체 동의도 확보해야 하지만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5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만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KBS 라디오 사사건건에 출연해 서울 내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짓는 방안에 관해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이미 2년 전 윤석열 정부 시절 서울시가 서리풀 1·2지구에 대한 그린벨트 해제에 서울시가 동의해주면서 ‘이번 동의가 마지막 물량'이라고 분명히 했었다. 서울시가 이미 동의해 준 2만 가구 건설이라도 충실히 이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