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00만대 시대에…신형 아반떼 EV가 없는 이유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섰지만 현대자동차의 대표 대중차 아반떼는 전기차를 선택하지 않았다. 6년 만에 완전변경된 8세대 아반떼의 동력계는 가솔린 2.0과 1.6 하이브리드 두 종류다. 전동화 시대의 ‘국민차’가 오히려 전기차를 비워둔 셈인데 이유가 뭘까.

 

9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지난 4월 100만대를 돌파했다. 올해 3월까지 전체 신차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까지 올라왔다. 이 비중은 2023년 9.2%, 2024년 8.9%, 지난해 13.0%에서 크게 높아졌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지난 6월 공개한 ‘디 올 뉴 아반떼’에는 순수 전기차가 없다. 차체는 전장 4765㎜, 축간거리 2750㎜로 기존보다 각각 55㎜, 30㎜ 커졌고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생성형 인공지능(AI)까지 넣었다. 사실상 미래차 수준으로 전자장비를 바꾸면서도 동력계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에 머물렀다.

 

현대차가 아반떼 EV를 제외한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가격’을 꼽는다. 아반떼는 현대차 승용 라인업의 입문차 역할을 맡는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추가하면 가격이 크게 올라 아반떼가 갖고 있는 대중차로서의 장점이 약해질 수 있다. 

 

이미 현대차 내부에는 이를 대신할 전기차도 있다. 코나 일렉트릭과 캐스퍼 일렉트릭이 판매되고 있고, 유럽에서는 올해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 3’를 공개했다. 아이오닉 3는 최대 497㎞ 주행거리와 29분의 급속충전 성능을 갖춘 전용 전기차다. 전기차는 아이오닉과 일렉트릭 계열이 맡고, 아반떼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수요를 흡수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기차 100만대’라는 숫자와 실제 소비자 선택 사이의 간극도 있다.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충전 환경과 차량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에게 하이브리드는 여전히 현실적인 대안이다. 특히 첫 차 수요가 많은 아반떼에서는 충전기 설치 여부에 관계없이 탈 수 있고 연료비를 줄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의 상품성이 크다.

 

현대차도 신형 아반떼 하이브리드에 스마트 회생제동 3.0과 도로 상황을 분석해 배터리 충전량을 조절하는 예측제어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효율 개선에 공을 들였다. 단순히 EV를 빼고 기존 엔진을 유지한 것이 아니라 하이브리드를 아반떼의 핵심 전동화 수단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결국 신형 아반떼에 EV가 없다는 사실은 전기차 전환의 후퇴라기보다 현대차의 전동화 전략이 세분화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전기차는 전용 모델에 맡기고, 가격 민감도가 높은 대중 세단에서는 하이브리드로 전환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가 100만대를 넘었지만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출시하는 시대는 아직 아니다”면서 “신형 아반떼를 출시한 현대차가 아반떼 EV를 내놓지 않은 건 전기차 시대의 국민차가 반드시 전기차일 필요는 없다는 계산이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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