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제의 혁신이 오늘의 상식이 되는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IT를 알아야 시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오현승의 IT 스토리]가 세상을 움직이는 기술의 흐름, 그 중심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만 골라 전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양강인 애플과 삼성전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애플은 자사의 다음 분기 아이폰 판매량 증가율이 이전 대비 절반에 그칠 거라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6시리즈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사업부가 사상 첫 적자를 냈다.
◆ 애플, 아이폰 판매 증가율 감소 전망…신제품 가격 인상 압력도 커져
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은 전분기 대비 80% 이상 급등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부품원가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상승했다.
애플과 삼성전자 역시 부품값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애플은 지난달 31일 2026회계연도 3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1094억1700만 달러의 매출을 시현했다고 밝혔다. 이 중 아이폰 매출은 542억5200만 달러로 전체의 절반(49.6%)에 달했다. 아이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나 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애플은 향후 실적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제시했다. 애플은 2026 회계연도 4분기(7∼9월) 아이폰 판매량 증가율을 10% 중반대로 예상했다. 이는 전분기(22%)의 약 3분의 2 수준에 그친다. 메모리 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메모리 가격에 대해 “100년에 한 번 있을 수준의 가격 급등”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쿡 CEO는 지난 6월 맥, 아이패드 등의 제품가 인상을 의식한 듯 “저희는 마지못해 가격을 인상했다. 메모리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공급망에 상당한 제약이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연성은 제한적”이라면서 “오는 9월 이후에도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돼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 신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애플은 중국 CXMT와 YMTC로부터 부품 조달을 허락해달라고 미국 정계를 상대로 전방위적 로비를 펼치기도 했다. AI 데이터센터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해 가격이 폭등하자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한 것이다. 다만 미국 의회는 이들 업체가 ‘중국 군사 기업’ 명단에 올라있다는 점에서 아이폰의 중국산 핵심 부품 탑재를 가로막았다.
◆ 삼성 모바일 사업 사상 첫 적자…“적자 더 커질 것” 분석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등이 주력인 모바일(MX)·네트워크(NX) 사업부가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2분기 매출은 33조2350억원을 기록했지만, 원가부담이 커지며 7350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MX사업부가 분기 적자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24%의 시장 점유율로 글로벌 선두 자리를 되찾았지만, 적자를 기록하며 이러한 성과가 빛이 바랬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갤럭시 S26 시리즈 중심의 견조한 플래그십 수요 및 갤럭시 A시리즈 판매 확대로 전년 대비 매출은 성장했다”면서도 “부품원가 상승 등 글로벌 업계 전반의 비용 부담 확대로 이익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가격의 하락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 전망도 밝지 않다. IBK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MX·NW사업부의 적자 폭이 2분기 대비 확대될 것”이라면서 “원재료 가격 상승을 신제품 가격에 얼마나 전가할 것인지가 변수인데,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영업적자를 감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은 모바일이나 가전 같은 세트 부분엔 원가부담으로 작용했다”면서도 “탄탄한 메모리 사업의 수익성을 바탕으로 모바일 사업도 시장 점유율 확대를 공격적으로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당분간 글로벌 주요 기업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쪼그라들 거라는 분석이 많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신제품 출시, 연말연시 프로모션 등 계절적 수요에도 불구하고, 향후 2개 분기 동안 지속적인 비용 압박 속에서 스마트폰 출하량은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가격 결정력, 공급망 회복력, 혁신적인 판매 전략을 결합해 수익성을 높이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나마 애플과 삼성전자의 상황은 보급형 스마트폰 제조사보다 낫다는 의견도 있다. 중저가 스마트폰의 경우 판매가에서 차지하는 부품값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보급형 스마트폰 구매자가 프리미엄 구매자 대비 5배 빠른 속도로 시장을 이탈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