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실손보험 ‘대전환’] 첫 세대교체…소비자, 새로운 선택할 시점

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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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는 부담되는데 보장을 줄이기는 불안하고, 그렇다고 새 상품으로 갈아타자니 혜택이 줄어든다고 하니 고민입니다.”

 

직장인 김모(49)씨는 최근 가입 중인 실손보험 만기 안내를 받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10여년 전 가입한 실손보험은 그동안 병원비 부담을 덜어주는 안전망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갱신을 거듭하면서 보험료는 크게 올랐고, 이제는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김 씨는 최근 출시된 5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면 보험료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반면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 일부 비중증 비급여 보장 축소 등으로 기존보다 보장 범위가 줄어드는 점은 부담스럽다. 그는 “지금은 건강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병원 갈 일이 많아질 텐데 괜히 바꿨다가 손해 보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손보험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만기 도래 시점이 다가오면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1년 7월 판매가 시작된 4세대 실손보험의 첫 만기가 도래했다. 이달부터 만기를 맞은 가입자들은 재가입 시 현재 판매 중인 5세대 실손보험을 선택해야 한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5세대 실손보험을 중심으로 한 ‘세대 전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전환’과 ‘유지’, 나아가 ‘실손 포기’ 사이에서 저울질을 이어가고 있다.

 

실손보험은 가입 시기에 따라 1세대부터 5세대까지 구분된다. 1세대 실손보험과 2013년 3월까지 판매된 초기 2세대 실손보험은 대부분 100세 만기로 설계돼 사실상 평생 보장이 가능하다. 반면 2013년 4월 이후 판매된 2·3세대 실손보험은 15년 만기 구조를 채택했고, 2021년 도입된 4세대 실손보험과 올해 출시된 5세대 실손보험은 5년 만기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향후 맞게 될 만기는 실손보험 제도 도입 이후 사실상 첫 번째 대규모 만기 사례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변화를 계기로 실손보험 체계가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출시된 5세대 실손보험은 기존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온 과잉 의료 이용과 높은 손해율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의 선택권도 확대했다. 가입자는 급여 보장만 선택하거나 중증 비급여 특약, 비중증 비급여 특약을 각각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5세대 실손보험 출시 후 한 달 동안 기존 세대에서 5세대로 전환한 건수는 약 7000건 수준에 머물렀다.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가 약 4000만 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제한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단순히 보험료만 보고 상품을 선택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1·2세대 가입자들은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면서도 폭넓은 보장을 유지하고 있어 전환 유인이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비급여 주사제 등 생활밀착형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장이 축소되면서 소비자 체감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중증 질환 보장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실제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경증·비중증 영역에서 어떤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를 더 체감한다”며 “보험료 절감 효과만으로는 대규모 전환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런 우려를 의식해 추가 유인책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11월부터 초기 실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선택형 할인 특약’과 ‘계약전환 할인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선택형 할인 특약은 일부 비급여 보장을 제외하는 대신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제도이며, 계약전환 할인은 5세대로 갈아탈 경우 일정 기간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할인 제도만으로는 가입자들의 선택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험업계는 만기 가입자들이 별도 절차를 거쳐 5세대 실손보험에 재가입해야 하는 만큼, 향후 가입자들의 선택이 실손보험 시장 재편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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