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계기로 국내 증시를 사실상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대형주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단순 조정에 불과할지, 추세적 하락의 시작일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6.25% 하락한 27만7500원, SK하이닉스도 5.68% 내린 207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나란히 하락 출발한 반도체 투톱은 장 중 상승 전환하며 전 거래일 약세 분위기를 끊어내는 듯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먼저 다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고, 곧이어 SK하이닉스도 뒤따라 하락세로 돌아서 낙폭을 늘려나갔다.
대장주들이 일제히 무너지자, 코스피도 전장보다 5.35% 밀린 7246.79에 장을 마쳤다.
급락장에 오후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동반 매도 사이드카가 걸리기도 했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았는데도, 주가는 오히려 폭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과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시장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보다는 이달 20일 이후 나올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들의 설비투자 발표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빅테크들이 당장 투자를 줄이겠다고 언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시장은 투자를 감당할 만한 실탄(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다.
오는 10일 예정된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이벤트가 국면 전환에 큰 영향을 미치기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이달 말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입에서 나올 투자 전망에 따라 서머랠리 여부가 가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인공지능(AI) 설비투자가 실제로 꺾였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와 같이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는 시장에서는 펀더멘털 개선 논리만으로 스마트머니의 대규모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하이퍼스케일러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설비투자 가이던스 유지 또는 상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인프라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AI 서버향 디램(DRAM),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는 아직 공급 부족 상황에 있으나, 주문을 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경쟁적 인프라 투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최근 하이퍼스케일러 중 한 곳인 메타는 프란티어 모델을 포기하고 잉여 인프라를 외부 판매로 돌린 바 있다.
이 연구원은 “내년 메모리, 중앙처리장치(CPU) 가격 상승 기대와 에이전트 AI 신모델들 스펙 상향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최소 30~40% 이상 설비투자 증가가 필요해 보이지만, 오히려 향후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현재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과는 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