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우리나라 경제가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인해 경기 하방위험이 한층 증대됐다고 진단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하방위험 우려’를 언급한 데 이어 이달에는 ‘증대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경계 수위를 한층 높였다.
재정경제부가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9.2% 급증했으며, 특히 반도체와 컴퓨터 등 IT 품목이 성장을 견인했다. 일평균 수출액 또한 42.7% 늘어났다. 2월 전산업 생산 역시 전월 대비 2.5%, 전년 동월 대비 0.5% 각각 증가하며 양호한 지표를 기록했다. 고용 시장에서도 3월 취업자 수가 20만6000명 증가하며 두 달 연속 20만 명대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으로 물가와 소비 심리에 즉각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를 기록하며 전월(2.0%)보다 0.2%포인트 확대됐다. 특히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9.9% 폭등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을 끌어올렸다. 이러한 물가 부담은 내수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고,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5.1포인트 급락한 107.0을 기록했다. 이는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실제 소비 지표인 지난달 할인점 카드 승인액도 전년 대비 32.5% 감소하며 내수 부진을 뒷받침했다.
재정부는 “반도체 업황 개선 등 긍정적 요인이 있으나,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와 주요국 관세 정책 강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중동 사태 등에 따른 비상경제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추가경정예산의 신속 집행과 현장 애로 해소를 통해 민생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