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만원 한 장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하기 쉽지 않은 런치플레이션(점심 외식비 상승)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직장인, 학생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도시락에 작은 컵라면 또는 음료수를 더해도 음식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편의점 4사는 증가하는 간편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근본 요소인 품질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편의성을 넘어 맛으로도 승부하겠다는 포부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편의점 간편식을 찾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간편식 매출은 2023년 26.1%, 2024년 32.4%, 지난해 17.1% 증가하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에도 15.7% 성장률을 기록했다.
CU는 이러한 간편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전면적인 리부트에 나섰다. 제대로 만든 한끼를 표방하는 ‘피빅(PBICK) 더 키친’과 가성비를 앞세운 ‘득템’ 시리즈로 이원화했다.
피빅 더 키친은 2단 도시락 구조로 반찬 비중을 늘린 ‘밥반찬반’, 입맛을 돋우는 메인 토핑이 돋보이는 ‘밥도둑’, 인기 반찬 하나에 집중한 ‘덮밥’ 등으로 카테고리를 세분화했다. 최근에는 반찬 구성을 고급화한 프리미엄 라인 ‘특식선언’도 추가했다. LA 갈비, 매콤 쭈꾸미 등 그 동안 편의점에서 보기 어려웠던 고급 식재료를 메인 반찬으로 하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득템 시리즈는 기본 구성에 충실한 상품으로, 3000원 내외 가성비를 자랑한다.
CU가 지난 1월 바쁜 현대인을 겨냥해 출시한 ‘get모닝’ 4종도 출시 두 달여 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꼬마김밥과 머핀, 샌드위치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로 구성됐다. 가장 인기가 많은 꼬마김밥의 경우 판매량 상위 10개 점포 중 7개 점포가 공항이나 터미널 등 특수 입지 점포로 나타났다.
GS25는 올해 간편식 품질 혁신을 위한 ‘풀체인지 리뉴얼’을 추진 중이다. 편의점 먹거리를 온전한 한 끼 식사로 즐길 수 있도록 원재료 전반의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김밥을 시작으로 삼각김밥 리뉴얼을 마쳤으며, 연내 도시락, 햄버거, 샌드위치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첫 타자인 김밥은 리뉴얼 직후인 지난달 11일부터 한 달간 김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1% 상승하며 성과를 입증했다. 같은 기간 구매자 수 역시 20% 증가하며, 매출과 소비 지표가 동시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밥과 토핑의 최적 비율을 맞추고, 맛살·계란 등 핵심 부재료의 공정을 바꿔 식감과 풍미 등을 개선한 것이 주효했다.
GS25는 김밥에 이어 삼각김밥도 리뉴얼해 ‘더큰 삼각김밥’으로 운영한다. 연간 5000만개 이상 판매되는 근본 메뉴 참치마요가 대표적이다. 참치 토핑 중량을 기존 대비 10%가량 증량하고, 구운 김 대가로 알려진 ‘이모카세 1호’ 김미령 셰프를 통해 삼각감밥을 감싸는 조미김의 품질을 검증했다.
세븐일레븐은 삼각김밥 2세대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삼각김밥을 포함한 전체 간편식 카테고리 매출이 14% 증가하는 등 수요가 이어지자 전면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지난 1년여간 라이센서인 세븐일레븐 인터내셔널, 국내 협력사인 롯데웰푸드, 롯데중앙연구소와 함께 원 팀을 결성해 ‘라이스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냉장밥 노화 방지 및 수분 보존 기술’을 삼각김밥에 적용해 ‘올 뉴 삼각김밥’으로 새롭게 출시했다. 냉장 상태에서 그대로 먹어도 바삭한 김 맛과 함께 촉촉한 밥의 찰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세븐일레븐은 이 기술을 삼각김밥을 넘어 김밥, 초밥 등 전반적인 미반 간편식에도 확장할 계획이다.
이마트24는 도시락 품질 강화를 위해 메인 반찬으로 자주 사용되는 돼지고기를 기존 냉동육에서 국내산 한돈 냉장육으로 전면 변경한다. 도시락 고기의 제조 공정에도 변화를 준다. 채소를 먼저 담은 뒤 고기를 별도로 정량 조리해 담는 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중량 편차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이마트24는 지난달 김밥 전 상품을 ‘올바른김밥’ 시리즈로 리뉴얼한 바 있다. 밥과 토핑의 평균 중량을 약 11% 늘리고, 다시마물로 지은 밥을 적용해 밥 맛을 개선했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식 시장을 겨냥한 각 사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면서 품질이 높아졌고, 제품을 선택할 때 소비자의 눈높이도 높아졌다”며 “단순히 가격만 저렴한 게 아니라 맛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선보여 믿고 먹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