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상법개정안’ 초읽기] 자사주 소각 의무화 초읽기…여야 필리버스터 충돌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자본시장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 20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23일 전체 회의 문턱도 넘었다. 

 

본회의 의결만 남겨둔 상황이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면서 정국은 다시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다만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다음 달 3일까지 본회의를 이어가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여야 대치가 장기화될 경우 연말에 이어 또다시 필리버스터 정국이 재현되며 정국은 급랭할 가능성이 크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현실화되면 국내 자본시장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의 ‘원칙 의무화’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그동안 자사주를 매입한 뒤 장기간 보유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으로, 저평가된 국내 증시의 체질을 개선하고 기업 이익이 보다 직접적으로 주주에게 환원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다만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 제도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고, 이사 전원이 서명·날인한 보유·처분 계획을 매년 주주총회에서 승인받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기로 했다. 

 

민주당은 소각을 통해 유통 주식 수를 줄이면 주당순이익(EPS)이 개선돼 주주가치 제고와 증시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과 재계는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자사주를 일률적으로 소각할 경우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직면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방어 수단이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헤지펀드 등 이른바 기업 사냥꾼의 공격에 노출되면 국내 기업이 대응 여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또한 자사주 소각이 자본금 감소와 연결될 수 있고 이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기업에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업의 상황과 업종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규제는 경영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번 입법을 자본시장 구조 개선의 연장선상에 두고 있다.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처리된 1·2차 상법 개정안에 이어, 3차 개정안까지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주주 중심 경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하드룰’ 체계가 완성된다는 평가다.

 

특히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집중투표제와 이른바 ‘3% 룰’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중심의 주주행동주의가 한층 활발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업의 이사회 구성과 배당·자사주 정책 등에 대한 주주 제안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일회성 제도 변화에 그치지 않고, 상장사 전반의 주주환원 정책 확대 압력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 요구가 제도적 뒷받침을 얻게 되면서, 배당 확대나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등 후속 조치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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