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은 커지고 있다. 공급망 병목현상도 물량 확보가 절실한 애플의 부담을 키우는 모습이다. 반도체 시장 내 공급과 수요 간 괴리 현상이 향후 애플 실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3일 IT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29일 내놓은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10~12월) 실적발표에서 매출 1437억6000만달러를 시현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난 수준이자, 애플과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이다. 주당순이익(EPS) 역시 2.8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한 아이폰 매출은 아이폰 프로 모델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23% 급증해 853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12월 실적 기준으로는 최근 10년 내 가장 실적이 좋았다. 앱스토어, 클라우드 등 서비스 부문 매출도 전년 대비 14% 증가하며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서비스 부문은 마진율은 76.5%까지 늘었다.
지역별로는 특히 중국 내 매출이 고무적인 수준이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업그레이드 수요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안드로이드 등 타 플랫폼에서 아이폰으로 전환한 신규 고객도 두자릿수 성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낙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애플은 다음 분기 매출총이익률을 48~49%로 제시했다. 1분기 매출총이익률(48.2%)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이는 메모리 가격 인상이 올해 2분기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거라는 점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쿡 CEO는 “메모리는 (회계연도 기준 2026년 1분기) 매출총이익률엔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2분기엔 다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메모리 시장 가격이 상당히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선택지(range of option)’를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달 측면에서 장기공급계약(LTA)를 고려하고 있는지, 여전히 스폿(spot) 중심의 접근인지 묻는 한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대해 쿡 CEO는 “둘 다 여러 선택지 범위 내에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다. 다만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만 답변했다.
쿡 CEO는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또다른 애널리스트가 “최근 메모리 가격이 전례 없는 수준인데, 다른 모든 수단을 제외하고라도 가격 조정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할 가능성이 있냐”고 질문하자 쿡 CEO는 “추측성 발언은 하고 싶지 않다”고만 짧게 답했다. 시장에서는 급등한 메모리 가격이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8 원가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은 시스템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부인하지 않았다. 현재 대만의 TSMC는 자사의 3나노미터 공정을 통해 애플의 아이폰용 칩을 양산하고 있다. 다만 해당 공정은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상황이라 고객사들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쿡 CEO는 “문제의 핵심은 (애플의) 최신 시스템 온 칩(SoC)이 생산되는 3나노미터 공정”이라면서 “이는 2분기 공급을 제약하는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인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애플은 2026년 회계연도 2분기 13∼16%의 총 매출성장률을 예상했는데, 이는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했던 10%를 상회한 수치”라면서도 “AI 시스템 수요 급증으로 심각한 공급 부족에 직면한 메모리 칩 비용 급등에 대응할 애플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