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우유 급식’이 있었다. 흰 우유에 타 먹는 네스퀵, 제티를 챙겨오는 학생들이 늘어나자 선생님이 가져오지 말라고 금지한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왜 그런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위화감이 조성되는 걸 막으려고 하신 게 아닐까 싶다. 네스퀵이나 제티를 챙겨오고 싶어도 챙겨올 수 없는 학생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게 아니면 학생들의 건강을 생각하셨던 걸까?
여하튼 선생님이 제티와 네스퀵을 막으니 학생들이 이번에는 죠리퐁을 챙겨왔다. 한 봉에 3명이 나눠먹기 어려운 초코맛·딸기맛 분말과 달리 죠리퐁은 한 봉지에 10명 넘는 학생이 혜택(?)을 볼 수 있었다. 맛이 우러날 때까지 충분히 기다리는 게 중요했다. 죠리퐁의 식감이 흐물흐물해지는 만큼 우유의 맛이 깊어지는 법이었다.
물론 죠리퐁 역시 이내 선생님에 의해 금지됐고, 우리는 흰 우유만을 마셔야 했다. 참 웃긴 것이 집에서 혼자 죠리퐁을 듬뿍 넣어서 먹으면 더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데도 밍밍하고 모자란 그 맛이 그리웠다.
최근 SPC 배스킨라빈스가 국내 인기 과자를 아이스크림으로 재해석한 ‘K-스낵’ 플레이버 4종을 재출시 했다. 촉촉한초코칩부터 꼬북칩, 비쵸비(이상 오리온), 죠리퐁(크라운제과)까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한국과자가 들어간 제품이다.
어릴 적 추억이 있어서인지 ‘아이스 죠리퐁’이 가장 궁금했다. 14일 서울 강남구의 SPC스퀘어 배스킨라빈스 매장에서 구매한 아이스 죠리퐁은 우유향 아이스크림에 초콜릿 코팅이 된 죠리퐁 토핑이 올려져있었다.
죠리퐁에 탄 우유맛 같기도 했고, 모카커피 맛 같기도 했다. 죠리퐁은 우유에 탄 그것과 달리 식감이 살아있었다. 다만 죠리퐁 토핑이 조금 부족한 듯 했다. 추가요금을 내더라도 토핑을 더 뿌려서 먹고 싶었다.
외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K-스낵을 아이스크림으로 재해석했다는 배스킨라빈스의 설명처럼 죠리퐁은 1972년 출시 후 주한미군과 그 가족 사이에서 시리얼 대체제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역시 사람의 입맛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나 보다.
매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일하는 알바생들을 보면서 떠오른 또 하나의 추억. 대학 시절 배스킨라빈스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대학로나 종로, 명동 같은 번화가의 큰 매장은 아니었고 약수동의 작은 매장이어서 동네 단골 손님이 많았다. 20대 젊은 손님 말고도 40대 이상 중장년의 손님들도 많이 방문했다. 뭐가 맛있냐고 추천해달라는 어르신께 그린티(녹차), 월넛(호두)을 주로 말씀드렸는데, 지금의 나라면 아이스 죠리퐁도 추천해드릴 것 같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