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의 ‘남다른’ 자율주행 테스트

스텔란티스. AP/뉴시스

 

스텔란티스가 전 세계 자율주행 업계의 스포트라이트 한복판에 섰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개인 승용차용 레벨3 자율주행을 보류했다가 몇 달 만에 레벨4 로보택시(무인 호출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공격적인 일정을 공개했다. “자율주행 투자가 식었다”는 회의론 속에서 이 같은 방향 전환은 업계 판도를 뒤흔들었다.

 

변곡점은 10월 중순부터다. 스텔란티스는 중국계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니.ai(Pony.ai)와 손잡고 유럽 레벨4 로보택시 개발·테스트 계획을 발표했다. 자사 전기 밴 플랫폼과 포니.ai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룩셈부르크에서 푸조 e-트래블러 시험 차량을 먼저 운행하고 2026년부터 유럽 주요 도시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뒤이어 10월 말에는 엔비디아·우버·폭스콘과 글로벌 로보택시 개발 협력을 선언했다. 스텔란티스가 AV-레디 플랫폼 기반 차량을 만들면 우버는 2028년부터 5천 대를 우선 도입해 미국 등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한다. 여기에 12월에는 유럽 모빌리티 플랫폼 볼트(Bolt)와 2026년 유럽 각국 레벨4 시험 운행, 2029년 양산, 2035년까지 최대 10만 대 규모 운영이라는 청사진까지 내놓으며 속도를 높였다.

 

기술 검증을 위한 실도로 테스트도 병행 중이다. 스텔란티스는 유럽연합(EU) ‘하이-드라이브(Hi-Drive)’ 프로젝트에 참여해 푸조 e-2008, 마세라티 르반테 기반 자율주행 데모카를 통해 라이다·카메라·레이더·V2X·5G를 활용한 도심 자율주행 및 차량–인프라 연동을 실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럽 자율주행 규제·표준 논의의 중심에 서려는 포석도 함께 깔려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공유 모빌리티용 레벨4로 무게중심을 확실히 옮겼다는 신호다. 레벨3는 운전자가 상시 개입 준비를 해야 하고 사고 시 책임 소재도 불명확해 완성차·보험·규제 모두 부담이 컸다. 반면 로보택시는 차량 소유주가 기업이고, 특정 도시·노선에 한정된 조건부 운행이 가능해 규제·보험·운영을 ‘묶음 단위’로 설계하기 쉬운 구조다. 스텔란티스가 L3를 접고 L4 실증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동시에 중국 포니.ai, 유럽 볼트, 미국 우버에 엔비디아·폭스콘까지 더해진 파트너 조합은 중국-유럽-미국 자율주행 생태계를 잇는 허브 포지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유럽 국가별 규제·인허가 차이, 기존 운수업과의 공존, 요금·책임 체계 등 숙제도 많지만 유럽 완성차가 다시 한 번 정면 승부에 나선 상징적 사례이기 때문”이라며 “스텔란티스의 자율주행 테스트와 파트너십은 자율주행 경쟁이 새로운 라운드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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