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가담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3일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추가된 범죄 혐의와 수집 자료를 종합하더라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현 단계에서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 기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소집하고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 등을 지시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순차적으로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지난달 구속영장 기각 이후 박 전 장관과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 추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위법성 인식’ 입증에 주력해 왔다. 이 과정에서 ‘권한 남용 문건 관련’ 파일이 복원되면서 일부 새로운 범죄 사실을 특정해 이달 11일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
복원된 문건은 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박 전 장관이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부터 텔레그램으로 받아본 뒤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건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탄핵·예산권 남용을 거론하며 국회의 권한 남용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 작성자는 검찰과 소속 검사로 확인됐다.
박 전 장관은 문건을 받은 직후 이른바 ‘삼청동 안가 회동’(박 전 장관·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김주현 전 민정수석·이완규 전 법제처장 참석)에 참여했다. 특검은 해당 회동이 계엄 사후 대응을 논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한 특검은 교정본부가 박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도권 구치소 수용 여력을 점검하고 ‘약 3천600명 수용 가능’ 보고를 작성·전달한 정황도 파악했다. 신용해 당시 교정본부장은 이를 촬영해 12월 4일 새벽 박 전 장관에게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 역시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박 전 장관 측은 영장 심사에서 “위법 지시는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권한 남용 문건’도 국회 질의 대비 차원에서 상황을 정리한 내부 문건일 뿐, 계엄 정당화 목적은 아니었다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양측 주장을 검토한 끝에 두 번째 영장도 기각했다. 두 차례 구속 시도가 모두 불발되면서, 특검은 추가 조사 없이 박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