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공간 부족에 유기동물 안락사? OO은 없다!”… 지자체 보호센터 ‘패러다임’ 바꾼 이곳은?

-강원도 2022년7월부터 보호소 증설 및 예산 늘려
-질병으로 인한 사례 제외하면 ‘안락사 제로’ 달성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 6일 개소한 강릉 반려동물지원센터에서 강아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청 제공

 

15년째 강아지를 돌보는 반려인 A씨는 유기견을 발견해도 굳이 신고를 하지 않는다. 앞서 유기견을 마주쳐 안타까운 마음에 신고를 했지만 그 개가 해당 지역 유기동물 보호소에 입소한 뒤 입양자를 만나지 못해 결국 안락사됐다는 소식을 접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 후회된다. 차라리 내가 신고를 하지 않아서 길에서 계속 지냈다면 오히려 지금까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A씨의 사례처럼 지자체가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는 보호 동물에 대한 입양 공시 기간이 끝나면 ‘인도적 처리’라는 이름으로 안락사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 보호 공간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요 동물보호단체에서 운영하는 민간 보호소는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안락사를 실시하지 않다는 점에서 비교가 되곤 했다.

 

이러한 지자체 보호소의 아쉬운 현실을 개선하고 있는 지역이 있다. 최근 ‘유기동물 안락사 제로’를 달성했다고 알린 강원특별자치도다. 올해 9월말 기준 도가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의 안락사율은 9.1%로, 이는 모두 질병으로 인한 사례라고 강원도는 밝혔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관내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유기견을 품에 안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청 제공

 

2022년 7월이 터닝포인트였다. 당시 원주시의 유기·유실동물 보호관리센터를 방문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보호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당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며 ‘유기동물 안락사 제로화 추진’을 선포했다.

 

이후 보호시설 확충과 예산 확대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22년 도내 8개소에 불과했던 동물보호센터는 올해 17개소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유기동물 구조와 보호를 위한 인건비 및 사료비 예산도 2022년 6억원에서 올해 11억원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9월 현재 도가 보호 중인 유기동물의 수는 802마리로, 2022년의 532마리보다 크게 늘었다. 아울러 도는 보호 동물의 입양홍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민간 반려동물 위탁을 적극 활용하며 보호기간을 기존 10일에서 50일 이상으로 연장했다.

 

그러면서 도내 보호소 동물 안락사률은 2022년 19.5에서 매년 줄어들었고 올해는 9월까지 한 자리수를 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15.8%보다 6.7%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최근 개소한 강릉 반려동물지원센터. 유기동물 보호 뿐 아니라 반려동물 교육장, 놀이터 등을 갖춘 통합복지공간이다. 강원특별자치도청 제공

 

김 도지사는 “강원도는 사료비, 센터 부족 때문에 유기동물이 죽는 일 없는 안락사 프리존”이라고 선언하며 “그동안 보호센터 현대화, 사료비와 인건비 지원 예산 증액, 입양 활성화 홍보 3가지 방향으로 체계적으로 접근하며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자부했다.

 

김 도지사는 이달 6일 개소한 강릉 반려동물지원센터에 관한 관심도 부탁했다. 도비 94억원이 투입된 이곳은 유기동물 보호를 넘어 반려동물 교육, 놀이터, 행동 교정 등 교육·체험·치유 기능을 갖춘 통합형 복지 공간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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