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에 사는 이모(39)씨는 두 달 전부터 집 근처 고기집을 자주 이용했다. 오픈을 기념해 소주 2000원, 생맥주 1500원으로 판매하는 것을 알고 주말이면 일부러 고기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지난 주말 고기집을 방문했을 때 술값이 정상가로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이씨는 저렴한 가격으로 외식을 즐긴 소소한 즐거움이 끝났단 생각에 아쉬워했다.
술집이나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줏값이 10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맥주 가격도 지난해 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뛰면서 서민들의 외식 물가에 부담으로 가중될 전망이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소주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1% 올랐다. 지난해 9월(-0.6%) 이후 9개월 동안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상승세로 바꿨다. 외식 맥주도 지난달 0.5% 오르며 지난해 12월(-0.4%) 이후 7개월 만에 상승했다.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도 16개월 동안 하락했지만 지난 5월에 0.2% 뛴 데 이어 지난달에도 0.1% 상승했다. 특히 소매점 맥주 가격은 지난달 상승률이 3.1%로 지난해 10월(4.3%)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다만 외식 소주와 맥주 가격은 최근 이례적으로 오랜 기간 하락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술집과 식당에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소주·맥주 가격을 할인해 판매했기 때문이다.
외식 소주 가격은 2005년 8월(0.1%)부터 지난해 8월(0.6%)까지 19년 1개월 연속으로 상승한 바 있다. 외식 맥주 역시 1999년 12월(1.3%)부터 지난해 11월(0.9%)까지 무려 25년 동안이나 가격이 올랐다.
통상적으로 외식업계는 소비 부진이 이어질 경우 이를 대응하기 위해 술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할인하는 미끼 전략을 사용한다. 그러다가 술값이 원래대로 올라가면서 물가지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업체별로 영업 프로모션을 위해 술값 할인을 내거는데 통상 행사 기간이 1∼2개월 전 수치와 비교해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길게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대도시권에서 활발했다. 서울에선 소주 가격이 지난해 6월(-0.8%)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12월에는 -8.8%를 나타냈다. 이후 점차 하락 폭이 좁아지더니 지난달 -3.1%를 기록했다.
부산에선 지난해 3월(-3.1%)부터 떨어져서 약 1년 동안 하락세가 이어지다가 지난 3월(2.8%)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