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 성장판 보호가 핵심

청소년기는 신체 활동이 활발하고 뼈와 근육이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로, 스포츠 외상에 특히 취약한 시기다.

 

이 가운데 무릎의 중심을 지탱하는 전방십자인대(ACL) 손상은 점점 더 흔하게 보고되고 있으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평생 관절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방십자인대는 대퇴골과 경골을 연결하며 무릎의 앞뒤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구조물이다. 축구, 농구, 스키, 레슬링 등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나 점프 후 착지, 비틀림 등의 동작이 반복되는 운동 중에는 전방십자인대가 과도한 힘을 받아 찢어지거나 완전히 파열될 수 있다. 파열 당시 무릎에서 '뚝' 하는 소리가 들리고 극심한 통증, 부기, 무릎의 흔들림과 같은 불안정성 증상이 뒤따른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단순한 타박상이나 염좌로 오인되기 쉽다는 점이다. 문혁주 서울원병원 원장은 “통증이 잠시 줄어든다고 방치하면 무릎이 자주 꺾이거나 힘이 풀리는 증상이 반복되기 쉽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반월상연골 손상, 관절연골 마모,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은 회복이 빠르다는 인식 아래 정확한 진단 없이 운동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성장판이 열려 있는 소아청소년에게는 성인과 다른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ACL 재건술은 무릎 뼈에 터널을 뚫고 인대를 이식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성장판을 건드릴 경우 향후 다리 길이 차이나 성장 장애가 유발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문 원장은 따라서 성장판 손상을 최소화하는 특별한 수술법이 개발되어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방식이 장경대(iliotibial band)를 활용한 관절 내외 재건술이다. 이 방법은 무릎 외측의 장경대를 이용해 성장판을 우회하며 인대를 재건하는 기술로,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안정성과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문 원장은 “해당 수술은 성장판을 직접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관절의 안정성을 되찾을 수 있는 방식으로, 성장이 남아 있는 소아청소년에게 매우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한, 골단판(epiphysis) 내부에 국한해 고정하는 방식(all-epiphyseal)이나 성장판을 피하면서도 적절한 위치에 힘줄을 이식하는 기술도 함께 사용된다. 이들 방법의 공통점은 성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무릎의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점이다. 수술 자체의 완성도뿐 아니라 성장기 아이들의 해부학적 특성을 반영한 치료 계획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완전 파열된 전방십자인대는 자연적으로 붙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을 미룬 채 보존적 치료만으로 접근할 경우, 스포츠 활동은 물론 일상생활 중에도 무릎 불안정성이 계속돼 추가 손상의 위험이 크다. 더욱이 청소년은 회복력이 빠른 만큼 무리한 운동 복귀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계획에 맞춘 체계적인 재활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재건술 이후에는 최소 6개월 이상 균형 감각 회복, 근력 강화, 가동 범위 확대를 위한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관절의 정상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 이 시기에는 의료진의 지도 하에 무리 없는 운동 계획을 수립하고, 일상생활로의 복귀 여부를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

 

문혁주 원장은 “전방십자인대는 단순한 인대가 아니라 무릎 전체 기능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며 “성장이 활발한 소아청소년기에 이 인대가 파열되었을 때,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는 인식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판을 보존하면서 기능을 회복하는 맞춤형 치료가 아이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수술 기법과 정밀한 해부학적 평가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며 “성장은 단 한 번뿐인 기회다. 이 시기의 무릎 건강을 지키기 위한 치료는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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