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야외 활동이 늘면서 골프나 테니스 같은 스포츠를 즐기다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팔꿈치 안쪽이 욱신거리거나 손목까지 불편함이 이어진다면, 흔히 ‘골프엘보’로 알려진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는 특정 운동을 즐기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주부, 사무직 종사자, 제조업 노동자 등에게도 자주 발생한다.
골프엘보는 의학적으로 ‘내측상과염’이라 부른다. 팔꿈치 안쪽에서 손목까지 연결된 굴곡건 부위에 반복적인 미세 손상이 누적돼 염증이 생기는 상태다.
손목을 손바닥 방향으로 굽히거나 비트는 동작을 할 때 통증이 두드러지고,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힘을 쓸 때 증상이 심해진다. 일부 환자는 손끝 저림이나 손목 부위의 묵직한 불편감을 호소하기도 하며, 야간에 통증이 심해져 수면을 방해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통증을 일시적인 근육통으로 여기고 방치하기 쉽다는 것이다. 김경환 동탄 매듭병원 정형외과 원장은 염증이 만성화되면 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과 팔의 기능이 저하돼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운동량이 많은 중장년층이나, 팔과 손목을 자주 쓰는 직업군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자가진단 방법도 있다. 팔꿈치를 편 상태에서 반대 손으로 손등을 몸쪽으로 꺾었을 때 팔꿈치 안쪽에 통증이 생기거나 팔꿈치 내측의 돌출된 뼈를 눌렀을 때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면 골프엘보를 의심해볼 수 있다. 이 때에는 즉시 정형외과를 방문해 팔꿈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골프엘보 환자는 비수술 치료법만으로 회복할 수 있다.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체외충격파, 주사치료, 도수치료 등을 통해 염증과 통증을 개선한다.
김 원장은 “만일 힘줄 손상이 심하거나 만성화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팔꿈치 피부를 직접 절개하는 대신 관절 내시경을 이용한 최소 절개 방식의 수술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내시경 장비를 통해 병변을 면밀히 관찰하고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후유증을 줄일 수 있으며 회복 속도도 빠르다”고 말했다.
한편,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평소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운동 전후에는 반드시 팔과 손목의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줘야 하고, 라운딩이나 테니스 경기처럼 팔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활동 이후에는 휴식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일상에서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하거나 무리한 손목 사용을 줄이는 것도 힘줄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어준다. 또한, 팔과 손목의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면 증상 완화와 재발 예방에 효과적이다.
김경환 원장은 “골프엘보는 특정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손목을 반복해 사용하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통증이 느껴질 경우 단순한 근육통으로 넘기지 말고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치료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사라졌다고 방심하다가 증상이 반복되면 만성화되기 쉽다.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후에는 무리한 활동을 자제하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등 생활 속 관리가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