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글로벌 자동차업계 연이어 가격 상승 조짐...현대차도?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 적용이 계속되면서 결국 현대차를 포함한 여러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현지 자동차 가격 인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3월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서 준공한 현지 생산 시설인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HMGMA)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미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입차 25%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가격을 동결해왔던 현대차·기아 미국법인 역시 재고가 바닥나면서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앞서 현대차·기아 미국법인이 밝혔던 차량 가격 동결 방침의 시한이 다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수입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차량을 제외하고는 일괄적으로 25%의 관세를 부담토록 한 것이다.

 

이에 현지에서는 수입차 가격 인상 우려가 커졌다. 현대차는 이 같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선 바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당분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승조 현대차 부사장도 “6월 2일까지는 가격을 동결할 방침”이라며 “다만 가격은 시장 원칙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비관세 재고 차량이 점차 소진되면서 이달 중으로 미국 판매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기준 현대차·기아의 미국 현지 재고 일수는 각각 94일과 62일이었다. 현대차가 이러한 재고를 바탕으로 이달 2일까지 미국 권장소매가(MSRP)를 동결하겠다고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제부터는 관세 충격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미국 내 판매가격을 인상할 수순이 왔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현대차가 미국 현지 모든 차종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1%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이에 현대차 측은 “현재 가격 변동은 결정된 바 없다”며 이를 부인하면서도 “이번 검토는 연례적인 가격 책정 절차의 일환일 뿐 관세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타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가격 인상 시점이 다가왔다. 볼보의 하칸 사무엘손 CEO는 “관세 부담의 상당 부분은 소비자가 지게 될 것”이라며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일부 저가 모델은 미국 수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쓰비시는 재고 수준과 경쟁사 동향을 반영해 가격 인상 폭과 시점을 조율할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완성차 수출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경쟁업체 상황 및 대내외적인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판단할 것”이라며 “결국 관세의 여파는 현지 소비자들이 짊어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