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강소기업을 가다] “국내 선두 넘어 세계로”…SDDC 키 플레이어 아토리서치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 “네트워크 기술은 우리가 최고”
특허 91건 보유…공공기관 러브콜 쏟아져
IPO 연말 윤곽…자체 DC는 내년 말 완공

고금리·고물가·고환율까지 삼중고로 산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투자시장의 자금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유례없는 위기에 주눅 들기보다 뚝심 있게 기술을 혁신하며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빛나는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알짜배기 기업들을 만나본다.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는 자사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국내 AI 데이터센터 선두주자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향후 해외에도 솔루션을 전파해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토리서치 제공

 휴대전화에 설치한 앱과 사진, 동영상 수가 많아지면 용량이 부족해진다. 앱을 삭제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면 사용자에겐 선택지가 얼마 없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을 외장하드에 옮기기, 또는 매월 구독료를 내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면 가능한데 데이터 분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데이터 분산 수요는 산업계에서도 나타난다. 인공지능(AI) 활용이 늘어나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하자, 최근 데이터센터(DC) 솔루션을 이용하는 기업이 늘었다.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관리하고 정보통신(IT) 인프라를 보관하는 물리적 시설로, 서버 호텔이라고도 부른다. 관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블루칩이다.

 

 아토리서치는 데이터센터 기반시설과 IT 인프라의 설계부터 구축과 운영을 지원하는 기업이다. 유수 IT 기업을 거친 데이터센터 분야 전문가 정재웅 대표가 2012년 설립했다.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Software Defined Data Center)라는 신개념 솔루션으로 금융∙제조∙공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직접 만난 정 대표는 기업공개(IPO) 윤곽이 드러나고, 자체 데이터센터 완공까지 1∼2년여를 앞둔 지금을 격변기라고 표현했다. AIDC 및 인프라 구축 선두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 지구(Earth)를 무대로 사업을 펼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아토리서치는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열린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4)에 참가해 관람객에게 솔루션을 홍보했다. 아토리서치 제공

 ◆블록 조립하듯 유연하게…소프트웨어로 데이터센터 자원 자동화

 

 정 대표는 카이스트(KAIST)에서 전자공학 학·석사 과정을 거쳐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인텔 랩 시니어 리서치 사이언티스트, AMD 리서치 랩 시니어 디자인 엔지니어로 일했다. 현재 모교인 카이스트에서 전산학부 교수로도 활약 중이다.

 

 스스로를 “평생 컴퓨터에 그림을 그려온 사람”이라고 표현한 그는 컴퓨터 아키텍트에 일가견이 있다. 정 대표는 “컴퓨터 아키텍트란 도시에 랜드마크 건물을 설계할 때 그림을 그리듯이 컴퓨터 시스템을 어떻게 쓸지 설계하는 일”이라며 “창업할 때도 나만의 컴퓨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컴퓨터의 작은 형태가 랩탑이나 스마트폰이고, 큰 형태가 데이터센터라는 게 정 대표의 지론이다. 그에게는 데이터센터가 거대한 컴퓨터 1대나 마찬가지다.

 

 정 대표는 “빠르게 변화하는 IT 환경에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최적의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SDI∙Software Defined Infra)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며 “당시 많은 기업들이 SDI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운영의 복잡성과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왼쪽에서 네번째)와 직원들이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4)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아토리서치 제공

 지금은 SDDC로 초점을 맞춰 비즈니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DDC는 하드웨어 중심의 전통적인 데이터센터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를 통해 데이터센터의 모든 자원을 가상화하고 자동화하는 개념이다.

 

 정 대표는 “SDDC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비슷하지만,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라며 “클라우드 서비스는 주로 컴퓨팅, 스토리지 등 특정 자원을 제공하는 반면 SDDC는 네트워크, 스토리지, 보안 등 데이터센터의 모든 요소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제어하고 관리한다”고 소개했다.

 

 효율성과 유연성이 가장 큰 차별점인 셈이다. 정 대표는 “SDDC는 마치 레고 블록처럼 필요한 자원을 자유롭게 조합하고 재배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며 “기존의 데이터센터가 고정된 구조물이라면, SDDC는 유연한 모듈형 구조로 비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성으로 SDDC는 다양한 업종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금융, 제조업, 의료, 공공기관 분야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 SDDC는 공공 분야 성과가 눈부시다. 아토리서치는 세종시 공공클라우드 전환 시범사업, 광주 AI센터 설계, 부천 스마트시티 구축, 고흥스마트팜 혁신밸리 실증단지 운영시스템 등을 수행했다. 아토리서치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은 국내외 100여사에 달한다.

 

 정 대표는 SDDC의 서브 카테고리인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Software Defined Network) 기술이 아토리서치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SDN은 SDDC로 가기 위한 요소 기술이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적은 용량을 사용하던 기업에서 시간이 흘러 용량을 늘리겠다고 의뢰하는 경우 아토리서치는 네트워크를 연결해 한 덩어리처럼 잘 돌아가도록 관리해준다. 네트워크를 이어 붙이는 기술이 바로 SDN이다.

 

 아토리서치의 기술력은 정 대표 집무실에 전시된 표창과 특허증만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아토리서치는 국내외 91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2022 글로벌 ICT 미래 유니콘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제23회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에서는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아토리서치가 최근 개최한 AI 테크데이에는 AIDC 비즈니스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테크 파트너들이 참석했다. 아토리서치 제공

 ◆IPO 이르면 연내 윤곽…글로벌 보폭 넓힌다

 

 최근 IT 솔루션 기업부터 이동통신사까지 너나할 것 없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고 기업간거래(B2B)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 대표는 디지털 전환, 데이터 폭증, 보안 강화 등 3가지 측면에서 기업용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했고, AI 발전으로 데이터 생성량이 급증하면서 이를 처리할 AI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의 필요성이 증대됐다”고 진단했다. 또 “데이터 보호와 프라이버시 이슈가 대두되면서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해당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AI와 클라우드의 융합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장하는 시장의 키 플레이어인 만큼, 아토리서치의 IPO 여부는 최근 몇 년간 뜨거운 관심사였다. 정 대표는 “현재 IPO를 준비 중이며 이르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위해 재무구조 개선과 기술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PO는 아토리서치가 성장하는 하나의 과정이며, 이를 넘어 AI데이터센터 및 인프라 구축 선두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토리서치는 현재 전북∙대구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2~3년 전 착공에 돌입해 내년 말에서 2027년 초에는 첫 번째 데이터센터가 완공될 예정이다. 이후 연 단위로 1~2개씩은 계속 완성돼 나갈 계획이다.

 

 회사를 넥스트 스테이지로 이끌 퍼즐이 맞춰지기 직전의 격변기인 셈이다. 정 대표는 “중단기적으로는 여러 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세워 이를 묶는 패브릭을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핵심 기술과 에너지 해결책을 담은 패키지 형태로 해외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도시를 넘어 국가로, 국가를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지구 규모 컴퓨터 사업(Earth-Scale Computer)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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